[가을날] 일러스트 = 박상훈 가을날 좋지 가을볕은뽀뿌링 호청같이 깔깔하지.가을볕은 차젊은 나이에 혼자된 재종숙모 같지.허전하고 한가하지. 빈 들 너머버스는 달려가고 물방개처럼추수 끝난 나락 대궁을 나는 뽁뽁 눌러 밟았네.피는 먼지구름 위로하늘빛은고요 돌이킬 수 없었네아무도 오지 않던 가을날. ㅡ 김사인 (1956 ~) 가을볕의 감촉은 어떠한가. 시인은 까칠까칠하고 차다고 말한다. 가을볕은 마치 포플린으로 이불의 겉을 홑겹으로 짜서 씌운 듯해서 살갗에 닿으면 좀 거칠거칠하긴 해도 말쑥하고 시원한 느낌이 없지 않다. 가을볕은 차가우니 축축한 기운이 전혀 없다. 또 꽉 차 있지 않아 비어있는 것만 같으니 사람의 마음 한구석에 막막하고 적적한 느낌이 생겨나게 한다. 가을해가 내리쬐는 기운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