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좋은 글 ...

[하이힐]

드무2 2023. 11. 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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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출처 : 서울경제]

 

 

 

 

하이힐

 

현순애

 

여자라고 지각하던 아찔한 스무 살은

몇 센티 높아진 자신감으로

당당히 세상과 마주했지

밋밋한 옷도 미니스커트로 둔갑시키는

에스라인, 무척이나 도도했지

코쟁이보다 코가 더 높고 성깔 뾰족한 내가

거리를 콕콕 쪼고 다니면

씰룩한 걸음걸이에 뭇 사내들 쓰러지기도 했지

순진한 발가락 옥죄고

발꿈치 물어뜯겨 피 보고 나서야

내 실체 알았으니, 내 스무 살

그녀와의 동거는 참으로 애증 관계였지

그럼에도 늘씬하게 착시 일으키는 곡선 포기하기란

우리 아버지 담배 끊기보다 더 힘든 일이어서

나는 늘 중독된 채 살았지

하염없이 비 쏟아지던 어느 날

결국 내 위선 보내기로 했지

버스 승강장 옆, 스무 살을 벗어

빗물에 실려 보내며 한없이 서러웠지

10센티는 더 가식적이었던

젊은 날의 초상이 떠나가고 있었지.

 

 

 

 

 

 

현순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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