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행

[<4> 허기 달래던 한식 뉴욕 사로잡았다]

드무2 2023. 12. 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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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허기 달래던 한식 뉴욕 사로잡았다] 

 

 

 

뉴욕에서 처음 한식 파인 다이닝으로 미쉐린 별을 따낸 임정식 셰프의 '정식'. 정식을 선두로 현재 뉴욕에는 고급 한식 파인 다이닝 식당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정식의 '한입 김밥'. / 정식

 

 

 

이젠 메시도 찾는 핫플... 허기 달랬던 한식, 뉴욕 사로잡았다

 

 

 

이민 1세대, 곰탕집으로 시작

미쉐린 '별' 받은 식당만 9개

NYT "프랑스 요리 패권 끝내"

 

 

 

“한국의 셰프들이 뉴욕의 가장 유명한 고급 (high-end) 레스토랑을 석권하며 수십년 동안 이어진 프랑스 요리의 패권을 끝냈다.” 뉴욕타임스 (NYT)는 최근 ‘한국 레스토랑이 뉴욕의 파인 다이닝 (fine dining)을 재창조한 방법’ 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한 면 전체에 실었다. ‘파인 다이닝’ 은 맛 · 서비스 ·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인 식당을 말한다. 1970년대 후반 맨해튼 32번가로 대표되는 ‘코리아타운 (한인 거리)’ 에서 이민자들이 생업으로 시작한 한식이 전문 요리 학교를 졸업한 요리사들이 이끄는 고급 한식당으로 진화해 세계 문화의 ‘심장’ 인 뉴욕 미식계 주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1953년 동맹을 맺은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며 한때 주한 미군에게 외치던 ‘쪼고레뜨 기브미 (초콜릿 주세요)’ 로 상징되던 ‘배 채우기 식문화’가 세계 미식을 선도하는 첨단 트렌드로 미국에 안착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식당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뉴욕’ 에서 최고 수준이란 뜻의 ‘별 (1 ~ 3개, 3개가 최상)’ 을 받은 식당은 72개로 그중 9개가 한식당이었다. 미식의 정점이라 여겨져 온 프랑스식 식당 (7개)을 추월했다. 별 둘을 받은 식당 12곳 중 2곳 (정식 · 아토믹스)이 한식당이었다.

 

 

 

뉴욕 한식당 ‘아토믹스’의 된장 소스 생선 요리. / Atomix

 

 

 

과거 한식당은 미국에 이민 간 교민이나 현지 주재원이 ‘한국의 맛’ 을 찾아가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지금 미국의 한식당은 가장 주목받는 톱스타들이 가고 싶어 하는 미식 중심지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미국 프로축구 리그 (MLS) 인터마이애미로 이적한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지난달 리그 우승 자축 파티를 마이애미의 한식당 ‘꽃 (COTE)’ 에서 열었다. 한글로 ‘꽃’ 이라고 간판을 붙인 이 식당은 한국의 고깃집을 현지인들이 먹기 쉽게 재해석해 큰 성공을 거뒀다. 뉴욕에서 2012년 시작해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저마다 유치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지금의 한식은 ‘코리아타운’ 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유행 중심지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과거 한식과의 차이다. 한식 파인 다이닝의 문을 연 ‘정식’ 은 맨해튼 부촌 (富村)이자 트렌드 중심지인 트라이베카 지역에 2011년 9월 문을 열어 10여 년 만에 지역의 대표 고급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굳혔다. ‘꽃’ 은 갤러리들이 모인 맨해튼의 문화 중심지 첼시에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큰 인기를 끈 뒤 마이애미에 2호점을 낸 COTE (꽃) 내부 모습. / COTE

 

 

 

‘꽃’ 에 들어가면 클럽을 연상케 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국인 종업원들이 영어로 메뉴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도 현지인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민 1.5세대로 어머니가 맨해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운 이 식당 대표 사이먼 김이 착안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NYT는 “뉴욕의 새로운 한식 레스토랑들은 분위기나 서비스 면에서 엄격하게 전통을 지키지 않는다” 고 했다.

 

 

 

1세대 한식당 ‘뉴욕곰탕’ - 1979년 미국 뉴욕 맨해튼 27번가 한인타운에서 문을 연 1세대 한식당 ‘뉴욕곰탕’. 1982년 32번가로 자리를 옮겨 2013년 폐업 전까지 약 34년간 영업했다. / 뉴욕 = 김신영 기자

 

 

 

과거 ‘뉴욕곰탕’ ‘우촌’ ‘강서회관’ 등 맨해튼 한식 1세대는 1980년대까지 우범 지대로 꼽혔던 맨해튼 한복판 펜스테이션 (기차역)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코리아타운’ 을 형성했다. 이들은 한국 이민 1세대 특유의 ‘이 악물고 일하는 성실함’ 으로 식당을 일궜다. 한 뉴욕 교민은 “코리아타운의 한식당은 그 어떤 악천후에도 문을 열고 24시간 영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며 “태풍 등으로 도시가 마비돼 밥 먹을 곳이 없으면 무조건 코리아타운으로 가라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고 했다.

2011년 한국에서 ‘정식당’ 으로 성공한 임정식 셰프가 뉴욕에 낸 첫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정식’ 은 한식당이 과거의 ‘헝그리 정신’ 을 뛰어넘어 고급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을 통해 한국 문화가 서서히 미국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에 미국에 진출해 한식에 대한 미 주류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정식’ 에서 일하며 ‘뉴욕서 먹히는 한식 파인 다이닝’ 의 감을 잡은 젊은 한인 셰프들은 이후 저마다 개성 있는 방식으로 뉴욕의 한식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 의 박정현 셰프. 작은 사진은 가지와 장어를 곁들인 숙채 요리 (위)와 제주 감귤 식초로 숙성시켜 만든 도미 요리. / Evan Sung

 

 

 

지난해 ‘정식’과 함께 한식당 중 유일하게 별 2개를 받은 아토믹스 (Atomix)의 박정현 셰프는 뉴욕 ‘정식’ 창립 멤버 중 하나다. 지난 6월 발표된 ‘2023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W50B) 순위에서 세계 8위, 미국 1위에 올랐다. 2018년 5월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미쉐린 별을 받았는데, 5년 만에 다시 미식 업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1인당 375달러(약 50만원)짜리 코스엔 한국식 젓갈로 맛을 낸 갈치, 와규 등 10가지 코스가 쌈장 등 한국식 소스와 함께 등장한다. 뉴욕 파인 다이닝의 대표 주자 ‘퍼세 (Per Se, 미쉐린 별 셋)’ 의 코스 메뉴가 390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미쉐린 별 한 개를 각각 받은 ‘주아’ 는 장작불에 구운 한식 코스를 135달러, ‘오이지미’ 는 육회 · 보쌈 등 정통 한식에 가까운 5코스 메뉴를 145달러에 낸다.

 

 

 

코리아타운 넘어 유행 중심지로

개성 있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

맨해튼 부촌 등으로 뻗어나가

수십만원 코스 메뉴도 큰 인기

 

계속 진화하는 한식의 도전

서울 인기 메뉴 그대로 뉴욕 진출

퓨전 아닌 정통 한식으로 승부수

 

 

 

 

지난달 29일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사진① 왼쪽에서 둘째)가 소속 팀 동료들과 마이애미의 한식당 ‘꽃’ 을 찾았다. 당근 케이크 (사진③)가 유명한 맨해튼의 ‘정식’ 이 2013년 ‘미쉐린 가이드 뉴욕’ 에서 별 둘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0월 ‘아토믹스’ (사진⑤)도 별 둘을 받았다. 사진②는 아토믹스의 요리들이다. ‘정식’ 출신 김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주아’ (사진④)는 지난해 미쉐린 별 하나를 받았다. /인스타그램

 

 

한식의 도전은 3세대로 더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뉴욕 현지에 역진출하거나, 서양식 ‘포장’ 까지 지우고 아예 정통 한식으로 승부를 보려는 식당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크게 성공하고 나서 올해 맨해튼 30번가에 문을 연 돼지곰탕집 ‘옥동식’이 대표 선수다. 옥동식의 메뉴는 돼지곰탕(18달러), 김치만두(12달러)뿐인데 늘 긴 줄이 있다. 내년 중순쯤 맨해튼에 추가로 2 · 3호점을 낼 예정이다.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한식 파인 다이닝을 선보여 서울 미쉐린 가이드 별 둘을 받은 한식당 ‘주옥’ 도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맨해튼에 도전하는 사례다. 최근 주옥을 이끈 셰프 등 팀 멤버 다섯명이 함께 맨해튼으로 갔다. 이들은 내년 초 한국과 같은 ‘주옥’ 이란 이름으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부근에 식당을 열 계획이다.

 

 

 

코리안 타운에 위치한 '왕비' 는 퓨전 파인 다이닝이 아닌 정통 한국식 파인 다이닝 방식으로 뉴욕 내 새로운 한식의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다. / 왕비

 

 

 

지금까지 대세였던 퓨전 파인 다이닝 틈 사이를 ‘정통 한국 스타일’ 파인 다이닝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도 생겨나고 있다. 이달 32번가에 문을 연 ‘왕비’ 는 1인당 128달러 (약 17만원)에 들깨사골수제비, 꼬리뼈, 양념갈비 등을 제공하는데, 손님이 보는 앞에서 셰프가 수제비를 손으로 빚는다.

 

 

뉴욕 = 윤주헌 특파원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9월 27일 자]

 

 

 

“한식당으로 성공한 엄마 보며 자신감··· 현지인도 좋아할 고깃집 만들어”

 

 

 

스테이크집 '꽃' 대표 사이먼 김

뉴욕 이어 마이애미 2호전도 히트

"한국식 닭 튀김 주제로 식당 열 것"

 

 

 

뉴욕 1호점에서 성공을 거둔 스테이크 하우스 'COTE (꽃)'이 2호점을 낸 마이애미 지점. / COTE 제공

 

 

 

올해 미국 프로축구팀 인터 마이애미를 리그스컵 정상에 올린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우승 기념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된 마이애미 한식당 ‘꽃 (COTE)’의 사이먼 김 (41 · 한국명 김시준) 대표는 최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생각하는 전형적 ‘코리안 바비큐’ 식당이 아니어서 인기를 얻은 것 같다” 고 했다. ‘코리안 바비큐’ 는 숯불 구이 등 한국식 고기 구이를 미국인들이 부르는 말이다.

‘꽃’은 2017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해 5개월 만에 ‘미쉐린 가이드’ 에서 별 하나를 받았다. 2021년 플로리다주 (州) 마이애미에 2호점을 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이애미를 뉴욕 같은 문화 중심지로 만들고자 미식 문화 고급화를 추진 중인 마이애미시가 적극적으로 유치를 추진했다고 한다.

유행 중심가 ‘디자인 지구’ 에 있는 ‘꽃’ 의 방을 예약하려면 1000달러 (약 130만원)를 예약비로 내야 하고 성수기엔 예약금 외에 ‘최소 주문 금액’ 을 많게는 1만달러까지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예약 희망자가 워낙 많아 방 잡기가 매우 어렵다. 대표 코스 메뉴인 ‘스테이크 오마카세’ 는 1인당 225달러 (약 30만원)다.

김 대표는 불판에 고기 냄새가 옷에 배기 마련인 전형적 한식당은 현지인이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미국인도 즐길 만 한 식당을 만들었다. 불판 옆에 성능 좋은 환풍기를 설치하고 소믈리에가 와인을 골라주는 미국 ‘스테이크 하우스’ 분위기를 내 호평을 받았다. 그는 “미국 손님들은 ‘페어링 (paring · 음식과 그에 맞춘 술을 함께 즐기는 것)’ 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 또한 준비했다” 고 했다.

이민 1.5세대인 김 대표는 맨해튼에서 1990년대 후반 한식당 (‘고리’)을 한 어머니를 보며 지금의 식당을 구상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식당에 미국 손님이 적잖이 오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하면 한식도 되겠다’ 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홍콩을 잇는 다음 아시아 중심지는 싱가포르라고 생각해 연말쯤 그곳에 3호점을 열 계획” 이라고 했다. 올해 말 맨해튼에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을 주제로 한 식당도 추가로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COTE 대표 사이먼 김은 "'꽃' 은 맛있는 고기는 기본으로 함께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소믈리에가 선별해 제공한다" 고 강조했다. / COTE 제공

 

뉴욕 = 윤주헌 특파원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9월 27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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