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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의 인물]

드무2 2024. 3. 2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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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의 인물]

 

 

 

/ 그래픽 = 김하경

 

 

 

'AI 시대' 연 올트먼, 하늘나라 외교관 된 키신저, 부상 투혼 안세영

 

 

 

 

'쳇GPT의 아버지' 올트먼, AI 철학 논쟁 불붙여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AI) 챗봇 ‘챗GPT’를 세상에 내놓은 뒤 AI 시대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개발이 끝나지 않은 미완성품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올트먼의 결단은 스타트업에 불과하던 오픈AI를 기업가치 110조원의 빅테크로 만들었다. 챗GPT의 등장은 AI 산업의 ‘아이폰 모멘트’ 로 불린다. 2007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첫 아이폰을 공개한 후 모바일 시대가 도래한 것에 견줄 만한 파괴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AI의 급속한 확산은 세계적인 논쟁으로 이어졌다. 고도로 발달한 AI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만큼 개발을 늦춰야 한다는 ‘두머 (파멸론자)’ 와 AI의 좋은 면을 극대화해 활용해야 한다는 ‘부머 (개발론자)’ 간 논쟁이 치열했다. 올트먼은 이 논쟁에서도 중심에 있었다. 지난 11월 오픈 AI 이사회는 올트먼이 지나치게 빠르게 AI 상업화에 나서고 있다며 그를 해고했다. 하지만 올트먼은 투자자와 오픈AI 직원들의 반발을 앞세워 5일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거머쥔 올트먼은 직접 스타트업을 차려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AI 반도체 제조에 나서고, 앱 장터처럼 개인이 만든 AI 챗봇을 사고파는 플랫폼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권력을 모두 가진 ‘AI 제왕’ 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 "와이프 빼고 다 바꿔야"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은 인요한 (존 린턴 · 64)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4대째 한국에서 선교 · 교육 · 의료 봉사를 해온 미국 린턴가 (家) 후손이자 자신을 ‘전남 순천 촌놈’ 이라고 부르는 그는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인요한식 어법도 여의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임명 첫날 “와이프,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된다” 며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을 인용했고,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 험지 출마를 요구할 때는 “나는 희망 없는 곳에서도 싸우는 계백을 좋아한다” 고 했다. 그는 ‘영남 물갈이’ 같은 정치권 용어 대신 ‘스타 의원들의 결단’ 이라는 말로 동참을 호소했다. 인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혁신위 활동 기간, 당 지도부는 희생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50%의 성공” 이라는 평가를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김기현 당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는 등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24년째 사랑의 저금통···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상자 놓고 갑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

지난 27일 오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40 ~ 50대 중년 남성 목소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매년 세밑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 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A4 용지 상자에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가득 찬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8006만3980원. 2000년 4월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노송동 주민센터에 보낸 이후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까지 24년째 몰래 기부한 누적 성금은 9억6479만7670원.

 

 

 

 

남현희 결혼상대 전청조, 희대의 사기극

전청조 (27)씨는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 (42)씨의 결혼 상대로 처음 알려졌다. 남씨와 전씨는 지난 10월 결혼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전씨의 여러 사기 전력이 드러났고 둘의 사이는 틀어져 파혼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가 주민등록번호 뒷부분이 ‘2′ 로 시작하는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남씨는 “전씨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며 “전씨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았다” 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과시하며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에 사람들을 초대했다. 월세 3500만원에 3개월 단기 임대했다고 한다. 수퍼카 여러 대를 불러 사람들을 태우거나, 5성급 호텔 VIP룸과 펜트하우스에 초청해 ‘투어’ 를 하기도 했다. 1인당 월급 1500만원인 경호원 4 ~ 5명도 상시 대동했다. 전씨는 이렇게 알게 된 27명으로부터 30억7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필요할 때마다 성별을 바꿔가며 ‘피해자 맞춤형’ 사기를 저질렀다고 검찰은 전했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키신저 별세

헨리 키신저 (1923 ~ 2023)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9일 (현지 시각) 100세 나이로 별세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12명에게 정책 조언을 한 인물이다. 1970년대 ‘핑퐁 외교’ 를 통해 공산 중국의 ‘죽 (竹)의 장막’ 을 열었다. 소련과의 군비 축소로 ‘데탕트 (긴장 완화)’ 유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긴장 완화 등 굵직한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북베트남과 맺은 파리 평화협정을 통해 베트남전을 종식시킨 공로로 197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베트남이 무력으로 통일되면서 두고 두고 논란이 됐다.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적과도 타협한 ‘현실정치 (Realpolitik)’ 의 대가다. “미국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국무장관 재임 시절 한국 박정희 정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켰고, 당시 야당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을 요청할 경우 수용하라고 주한 미국 대사관에 지시했다. 후임자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장수하면서 인공지능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강연과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배드민턴은 '안세영 천하'

2023년 세계 배드민턴계는 안세영 (21)이 휩쓸었다. 16세 때였던 2018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그는 올해 중국 천위페이,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 등 라이벌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며 지난 8월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7년 만이었다. 전영 (全英) 오픈,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대회를 싹쓸이하며 ‘안세영 천하’ 를 공고히 했다. 지난 10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홈팀이자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 ‘숙적’ 천위페이를 압도했다. 세계 정상 자리를 두고 다투는 선수 간 대결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안세영이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개인전에서도 천위페이에게 승리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BWF는 안세영을 ‘올해의 여자 선수’ 로 뽑았다.

 

 

 

 

빈 살만, 세계 곳곳 '오일 머니' 파워 과시

올해 세계는 또 한 명의 권위주의 지도자가 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총리이자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다. 마음먹은 건 무엇이든 한다고 해서 ‘미스터 에브리싱’ 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사우디를 중동의 맹주를 넘어 ‘글로벌 파워’ 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2023년 한 해 분명히 드러냈다. 빈 살만의 사우디는 러시아와 중국 등이 추구하는 ‘다극적 세계’ 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사우디와 이란 관계 정상화에도 나서며 국제 무대에서 스스로 판을 짜는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빈 살만은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 때 윤 대통령을 태우고 차량을 손수 운전하는 파격 의전으로도 화제가 됐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는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투표에서 부산을 꺾고 개최지로 선정됐다. 사우디와 협력을 확대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송 참사' 두 의인, 릴레이 구조로 6명 살리다

지난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숨졌다. 집중호우에 하천 제방이 무너져 내리며 물이 인근에 있던 지하 차도로 들어왔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변을 당했다. 이날 침수된 지하 차도 현장에서 의인 두 명의 릴레이 구조로 6명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 (44)씨는 침수된 차량 지붕을 밟고 터널 출구 난간에 올라가 5명의 생명을 구했다. 유씨에게 구조된 여성의 부모는 “딸이 ‘저는 힘이 없으니까 이 손 놓으시라’ 고 했는데, 기사분이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끌어올려 줬다” 고 했다. 유씨에게 구조된 사람 중엔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 (45 · 사진)씨도 있었다. 그도 물에 떠내려온 여성 2명을 구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12월 29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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