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빨강 그리고 체력 에너지]
동심원들과 정사각형들
바실리 칸딘스키 | 1913 | 수채 · 과슈 · 쵸크 | 23.9 × 31.5㎝ | 렌바흐 미술관
원, 빨강 그리고
체력 에너지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Wassilyevich Kandinsky
동심원들과 정사각형들 Squares with Concentric Circles
이 그림은 업무에 지친 이에게 체력의 에너지를 높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태는 '원'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원을 '만다라'라고도 하는데, 분석심리학자 칼 융 Carl Gustav Jung이 내담자의 무의식을 분석하는 중에 그들이 만다라 같은 문양을 많이 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와 관련한 미술치료가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원은 시작과 끝이 없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영원'을 상징하고, 공간을 둘러싸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보호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 원을 색칠하면서 사람들은 내면으로의 회귀와 만남 욕구를 충족하게 됩니다. 만다라를 그리는 미술치료가 임산부와 중년 주부, 직장인의 우울 등 여러 방면에 효과 있다고 밝혀진 만큼 원은 우리 무의식에 깊이 닿아 있는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그림을 보면 그런 원들 안에 강한 난색이 활용되어 있습니다. 특히 모든 칸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색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에너지를 선물하는 비밀입니다.
투우 경기에서는 왜 빨간 천을 흔들까요?
사실 소는 색맹이라 눈앞에서 어떤 천을 흔들어도 그 움직임만으로 자극받는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빨간 천을 쓰는 이유는 소가 아니라 관객을 흥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시각이라고 하면 보는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시각은 인간에게 외부 자극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면서 촉각과 후각, 철각 등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색체가 미학적인 측면 외에도 물리학, 화학, 생리학, 심리학적인 기능을 동시에 지니는 것이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의과대학의 실험에 따르면 똑같은 정신병 치료약을 빨간색으로 코팅했을 때 사람들이 흥분한 반면, 파란색이나 녹색으로 코틸했을 때는 진정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제가 한 관찰실험 중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유치원생 스무 명을 빨간색 방과 파란색 방에 나눠 머물게 했습니다. 그러고 관찰했더니 빨간색 방 어린이들은 육체 놀이에 집중하는 반면, 파란색 방 어린이들은 책을 읽는 등 정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빨간색은 사람을 '업'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눈으로 들어온 붉은 광선이 시신경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압과 체온을 상승시키며, 신경조직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우울증 치료제를 일부러 빨간색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이 그림에서 빨강이 적극 활용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겠지요. 체력이 떨어질 땐 이 그림을 책상이나 벽 등 가까운 곳에 두고 눈과 전신의 자극제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
[출처 : 그림의 힘 / 김선현/ 2022 (프레더릭 에디션) / (주) 세계사컨텐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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