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관] 04
1919 ~ 1925
근대문학,
본격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현실에서 발견하다
3 · 1운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 규모의 대중적 정치 운동이었다. 일제에 맞서 우리 민족은 독립과 자유를 평화적으로 주장하였다. 그 결과 일제는 언론과 출판, 사상과 이념의 자유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족주의 사상과 함께 사회주의 사상도 널리 확산되었다. 1920년대 우리 근대문학에는 이러한 정치 · 문화 · 사상적 상황들이 반영되어 잇다.
이 시기에는 『창조』, 『폐허』, 『백조』 등의 문예지, 『개벽』 등의 종합지,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의 신문이 창간되었다. 이 매체들을 통해 수많은 작품이 발표되고 읽힐 수 있었다. 일본 유학생을 비롯한 근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근대문학은 본격적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일제가 통치하는 암담한 현실, 빈궁에 허덕이는 민중들의 삶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소설가로는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 염상섭, 시인으로는 이상화, 김소월, 한용운 등을 꼽을 수 있다.
1919
3 · 1독립만세운동
순 문예지 『창조』 창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 단성자에서 상영
주요한 시 「불놀이」
김동인 단편 「약한자의 슬픔」
1920
<조선일보>, <동아일보> 창간
월간 종합지 『개벽』 창간
순 문예지 『폐허』 창간
1921
시 동인지 『장미촌』 창간
인천부립도서관 개관
김억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
김동인 단편 「배따라기」
현진건 단편 「빈처」
염상섭 단편 「표본실의 청개구리」
1922
동인지 『백조』 창간
월간지 『조선지광』 창간
극단 토월회 조직
김소월 시 「진달래꽃」
1923
일본 관동재지진 및 조선인 학살
최초의 극영화 <월하의 맹서> 개봉
문예지 『금성』 창간
김억 시집 『해파리의 노래』
1924
문예지 『폐허 이후』 창간
문예지 『영대』 창간
문예지 『조선문단』 창간
박종화 시집 『흑방비곡』
현진건 단편 「운수 좋은 날」
염상섭 중편 『만세전』
1925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KAPF) 결성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나도향 단편 「벙어리 삼룡이」
최서해 단편 「탈출기」
김동환 시집 『국격의 밤』
김소월, 『소월시초』, 박문출판사, 1946.
한용운,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
1919 ~ 1925
김소월과 한용운 :
전통 정서를 계승하고
사랑의 윤리를 호소하다
김소월과 한용운은 한국인의 정한과 사랑의 윤리를 우리말로 풍부하게 표현했다. 그럼으로써 동시대 감상주의적 낭만주의의 폐해와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하는 한편 자유시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김소월은 '님'과 '집', '길'을 매개로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아픔과 정한을 이해하기 쉽고 익숙한 생활 언어로 풀어냈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전통적 민담을 소재로 식민지 시대 우리 민족의 삶을 개성있게 노래했다. 김소월은 특히 전통적인 민요 가락에 기초를 두면서도, 우리의 정서와 리듬에 잘 어울리는 자유시를 창작하였다. 김소월의 시는 이후 한국 시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먼 후일」 (1920), 「진달래꽃」 (1922), 「산유화」 (1924), 「초혼」 (1925)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편 한용운은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식민지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탁월하게 형상화하였다. 그는 '님'을 향한 애절한 사랑과 떠나버린 애인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내용에 '님'과의 합일을 위한 불교적인 열망을 담아 노래했다. 이를 통해 부처님은 물론 빼앗긴 조국과 사람을 '긔루는 (그리워하는)' 우주적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우리 시의 새로운 내용으로 확립했다. 「님의 침묵」, 「나룻배와 행인」, 「알 수 없어요」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모두 1926년 간행된 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되어 있다.
먼 後 日
먼 後日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後日 그때엔 『잊었노라.』
김억 편, 『소월시초』, 박문서관, 1939.
소월시초 素月詩抄
김억 (金億) 편, 박문서관, 1941.
진달래꽃 開闢
김소월 (金素月)
개벽사, 1922, 오영식 소장
님의 침묵
한영운 (韓龍雲)
한성도서주식회사, 1934.
김소월 작품
노래로 들어보기
1919 ~ 1925
식민지 현실에 눈을 뜨고
근대소설의 기틀을 마련하다
3 · 1운동 직후 1920년대 초반의 문학은 『창조』와 『백조』, 『폐허』 등의 문예지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된다. 문예지 발간을 주도한 작가들은 대부분 일본 유학생들로 근대적 학교교육을 받은 신지식인들이다. 이들은 문학을 계몽의 도구로 인식햇던 이광수와 달리 문학이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를 가진 자율적 존재로 인식했다. 이 시기 대표적인 작가로는 『창조』의 김동인과 『백조』의 현진건, 나도향 그리고 『폐허』의 염상섭을 들 수 있다.
김동인은 과거 시제 및 과거형 종결어미, 3인칭 대명사 등을 소설의 문장에 도입하여 근대소설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는 「마음이 옅은 자여」 (1919), 「배따라기」 (1921), 「감자」 (1925) 등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김동인은, 예술가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예상지상주의의 입장에서 소설 속의 인물도 인형을 조종하듯이 마음대로 부려야 한다는 '인형조종술'을 주장했다. 「감자」의 '복녀' 역시 그렇게 창조된 주인공이다.
현진건은 「빈처」 (1921)와 「운수 좋은 날」 (1924), 「고향」 (1926) 등을 통해 식민지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지식인과 노동자, 농민의 궁핍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적절한 시점의 사용과 '아이러니' 기법을 통해 주제를 더욱 인상 깊게 부각시킴으로써 근대 단편소설 미학의 확립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아이러니 기법은 「운수 좋은 날」에 잘 구현되어 있다.
나도향은 초기에는 감상적 낭만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벙어리 삼룡이」 (1925)와 「물레방아」 (1925)에 와서는 신분의 상하관계에서 오는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다룬 「지형근」 (1926)도 대표적이다.
염상섭은 「표본실의 청개구리」 (1921)를 거쳐 「만세전」 (1924)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근대소설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는다. 「푠본실의 청개구리」가 3 · 1운동 좌절 이후 암담한 현실에서 이상적인 공동체를 동경하는 괴짜 지식인의 비애를 다루었다면, 「만세전」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만세전」은 일본 도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지식인의 여행 과정을 내용으로 하는데, 이런 여행 경로를 통해 식민지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형상화해냈다.
만세전 萬歲前
염상섭 (廉想涉), 수선사, 1948.
만세전 萬歲前
염상섭 (廉想涉), 고려공사, 1924.
청춘 靑春
나도향 (羅稻香)
조선도서주식회사, 1927, 개인 소장.
물레방아 現代朝鮮文學全集 短篇集 (上)
나도향 (羅稻香), 조선일보사 출판부, 1938 [1925 첫 발표]
현진건단편선 玄鎭健短篇選
현진건 (玄鎭健)
박문서관, 1941.
빈처 朝鮮文學全集 短篇集 (上)
현진건 (玄鎭健)
한성도서주식회사, 1948 [1921 첫 발표]
감자
김동인 (金東仁)
한성도서주식회사, 1935.
마음이 옅은 자여 創造
김동인 (金東仁)
창조사, 1920. 최초의 문예동인지
운수 좋은 날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 (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학교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
「운수 좋은 날」의 시작 부분.
내가 만드는 운수 좋은 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말풍선을 완성해 보세요!!
주인공 이인화와 함께 떠나는
「만세전」 여행길
「만세전」은 1922년 『신생활』에 '묘지'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중편소설로 3 · 1운동 전의 암울한 식민지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 (이인화)'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여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여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 (이인화)'는 여행 과정에서 식민지 백성으로서의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조선이 점점 일본화되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비참한 식민지 현실에 눈을 뜬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현실과 그 현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식민지 지식인 청년의 내면의 변화를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리 근대 소설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제 「만세전」의 주인공 이인화와 함께 도쿄에서 서울까지 여행길을 떠나보자.
① 도쿄 / 일본에 유학 중인 '나 (이인화)'는 서울의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기말 시험을 포기하고 귀국을 준비한다. 답답한 심정에 '나'는 머리를 깎고, 술집을 가는 등 늑장을 부리다가 전차에 오른다.
② 시모노세키 / 관부연락선 목욕탕에서 일본인들의 조선인 비하발언과 조선인을 일본공장에 팔아넘기는 이야기를 듣고 울분을 느낀다.
시모노세키 연락선 대합실 앞에서 검문을 받고, 가지고 있었던 짐과 물건들을 수색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③ 부산 / 조선의 첫 방문지인 부산이 점차 일본식 거리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분개한다. 부산의 식당에서 일을 하는 소녀가 정작 자신을 키워준 조선인 어머니보다 연락이 끊어진 일본인 아버지를 동경하는 모습을 보며 착잡한 생각에 잠긴다.
④ 김천 / 김천의 형님 집에 간다. 그곳에서 최참봉네 딸을 첩 (두 번째 부인)으로 앉힌 모습에 실망하고, 공동묘지를 반대하는 형과 논쟁을 벌인다.
⑤ 대전 / 대전역 구내에서 밧줄로 묶인 채 앉아 있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며, 조선의 현실이 무덤이라고 생각한다.
⑥ 경성 (서울) / 남대문역 (서울역)에 내려 인력거를 타고 아내가 죽어가는 집에 도착한다. 서울에 머물며 식민지가 된 조선의 여러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 이인화와 함께 떠나는
만세전 여행길"을 완성해 보세요.
주인공 '이인화'는 여행 과정에서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빈칸에 채워 보세요.
시모노세키_ 관부연락선
김천역
부산
경성 (서울)
대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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