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最古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 회화 거장들 전시 잇따라]
유영국, ‘Work’ (1965). 절정기 작품으로, 이 시기 그는 과감한 원색의 사용,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의 미묘하고 풍부한 변주를 통해 순수한 추상을 추구했다.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4월, 베네치아 뒤덮는 한국의 근현대 걸작들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유영국
유럽서 처음으로 개인전 개최
이성자도 대표작 20여점 선보여
한국관 · 광주비엔날레 30주년···
韓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과
백남준 · 이쾌대 작품도 전시 예정
국제 미술계 이목 집중되는 곳
K미술 저력 알리는 기회될 것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고택과 수도원이 한국 미술로 뒤덮인다. 오는 4월 시작되는 세계 최고 (最古) · 최대 미술 축제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유영국 · 이성자 · 이배 등 한국 근현대 회화 거장들의 특별전이 도시 곳곳에서 열려 ‘K미술’ 의 정수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베네치아는 국제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 한국 미술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저력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그래픽 = 이철원
◇ 유럽서 처음 소개하는 K추상미술 선구자
가장 주목되는 전시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1916 ~ 2002) 개인전이 꼽힌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협업한 건축물인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의 3개 층에서 열리는 ‘유영국 : 무한 세계로의 여정’ 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재단이 공식 선정한 병행 전시로, 유럽에서 개최되는 유영국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형 · 색 · 면으로 우주의 질서를 표현한 유영국은 고향 울진의 높은 산과 깊은 바다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회화로 표현하면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이중섭이나 김환기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최근 급부상해 지난해 미국 뉴욕 페이스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이 열린 데 이어 유럽의 심장인 베네치아까지 진출하게 됐다.
전시 기획을 맡은 김인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은 “한국의 단색화 세대 이전에 서양 회화의 언어를 쓰면서 한국의 숭엄한 자연을 신비한 에너지로 표현하고 강렬한 원색을 과감히 병치한 작가가 있었다는 걸 서구 관람객에게 제시하는 자리” 라며 “유영국이 한국의 자연에 몰두하며 작품 활동의 절정기를 이룬 1960 ~ 1970년대 작품을 대거 소개할 것” 이라고 했다.
이성자, ‘금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6월’ (2000). /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던 화가 이성자 (1918 ~ 2009) 개인전도 기대를 모은다. 베네치아 아르테노바에서 열리는 ‘이성자 : 지구 저편으로’ 는 동양의 철학인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서양 기법을 녹여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일군 화가를 조명한다. 세 아들을 두고 홀로 떠난 파리에서 작업에 몰두한 그는 생전 “내가 붓질을 한 번 하면서, 이건 내가 우리 아이들 밥 한 술 떠먹이는 것이고, 이건 우리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라고 여기며 그렸다” 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던 바르토메우 마리가 기획을 맡아 대표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한국관 30 주년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 가 열릴 몰타 기사단 수도원 회랑 전경. / D.H. office
◇ 30주년 맞은 한국관 · 광주비엔날레 특별전도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건립된 지 30주년을 맞아 성대한 특별 전시도 열린다. 12세기 중세 건축물인 베네치아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리는 ‘모든 섬은 산이다’ 특별전은 역대 한국관 작가 38명 (팀)의 개별 작업을 당시 전시작부터 신작까지 총망라해 80여 점 펼친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전시명은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 을 상징하는 것으로,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고 (故) 백남준의 예술 철학에 상상력을 더해 고립된 개인과 분열된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려 한다” 고 했다.
백남준, ‘고인돌’ (1995). /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 - 우리가 되는 곳’ 도 공식 병행 전시로 선정됐다.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스페이스에서 비엔날레 30년을 빛낸 주요 작품과 기록을 엄선해 전시한다. 제1회 출품작인 백남준의 ‘고인돌’ 을 전시하고, 김실비 · 김아영 · 전소정 등 여성 작가 세 명을 소개한다.
지난해 미국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초대형 조각을 세웠던 ‘숯의 화가’ 이배 (68) 개인전도 열린다.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 열리는 ‘달집 태우기’ 는 우리나라 전통 의례 중 하나인 달집 태우기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와 탐구를 보여준다.
◇ 한국관 작가는 구정아
올해 한국관 단독 작가로 선정된 주인공은 설치미술가 구정아 (57)다. 개인전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 를 통해 향기, 기억 등을 활용한 한반도의 무형적 지도를 전 세계 관객과 함께 그릴 계획이다. 본전시에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89)과 이강승 (46)이 참여한다. 김윤신은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를 톱으로 다듬어 재료의 속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조각가다. 올해 국제갤러리, 미국계 리만머핀 갤러리와 공동 소속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한국의 미켈란젤로’ 이쾌대(1913 ~ 1965)와 월전 장우성 (1912 ~ 2005) 작품도 본전시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홈페이지 (labiennale.org/en/art/2024)에서 예매. 성인 기준 25.5 유로 (3만7000원).
허윤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2월 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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