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강원도

[추억의 수학여행 ㅡ 철원여행 (남이섬, 가평레일바이크, 김유정 문학촌포함)] 12

드무2 2024. 8. 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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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수학여행 ㅡ 철원여행 (남이섬, 가평레일바이크, 김유정 문학촌포함)] 12

 

 

 

 

 

 

 

 

 

 

 

 

 

 

 

 

 

 

 

동백꽃

1936년 「조광」 5월호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내용 맛보기> ---------------------------------------------------------------------------------------------------------------------------------------------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 뒤에서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점순네 수탉이 우리 닭을 쪼아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흘 전에 점순이는 울타리 엮는 애 등 뒤로 와서 더운 김이 홱끼치는 감자를 내밀었다.

나는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루 어깨 너머로 쑥 밀어버렸다.

쌔근쌔근 독이오른 점순이가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집 본당에 걸터앉아 우리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고 있었다.

하루는 나도 우리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이고 점순네 닭과 싸움을 붙였다. 우리 닭이 발톱으로 점순네 닭의 눈을 후볐지만 결국 우리 수탉은 점순네 닭에게 찔끔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산을 내려오는데 산기슭에 점순이가 닭싸움을 시켜놓고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었다. 지게 막대기로 점순네 수탉을 때려 죽이고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흡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가만히 생각하니 점순네는 마름집이라 이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지는 모른다.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앗다. 이담부터 안 그럴테냐는 점순이에게 그래하고 대답을 했는데 점순이는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참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고만 아찔하였다.

 

 

 

 

 

 

 

 

 

 

봄 · 봄

1935년 「조광」 12월호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내용맛보기> ----------------------------------------------------------------------------------------------------------------------------------------------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하고 꼬박이 일곱달.

장인님은 내가 성례를 시켜달라하면 늘 "이 자식아 !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점순이가 안죽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말이다. 이래서 나는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어저께 모를 붓다말고 논둑으로 기어올라 "배가 좀 아파서유 !"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내 멱살을 움켜 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이 자식아, 일 허다 말면 누굴 망해 놓을 셈속이냐 이 대가릴 까놀 자식 "구장님에게 가서 성례를 시켜 달라 중재도 요청해 보았지만 소용없다. 회전밭을 혼자 갈고 있을 때 점심을 이고 왔다가 "밤낮 일만 하다 말텐가 !" 하고 쫑알거렸던 점순이가 오늘 아침에도 되우 쫑알거리며 바보라고 성을 냈다.

밥을 먹은 뒤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갈랴 하다 바깥마당 공석 우에 드러누웠다. 이를 본 장인님은 지게 막대기로 나를 내리갈겼고 나는 장인님을 넘말로 굴려버렸다. "부려만 먹구 왜 성례 안 하지유 !" 장인님이 내 바지가랭이를 담박 움켜잡고 매달렸다. 땅바닥에 쓰러져서 거진 까무러치게 되니까 놓는다. 나도 장인님의 바짓가랑이를 꽉 움키고 잡아나꿨다.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르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에그머니 ?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나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 김유정 연보 |

 

1908년 | 2월 12일 (음력 1월 11일)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에서 출생.

1914년 | 서울 종로구 운니동 (당시 진골)에 대저택을 마련하여 가족 이사.

              춘천 실레마을의 집은 그냥 두고 소작농으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함.

1915년 | 7세. 어머니 청송 심씨 사망

1917년 | 9세. 아버지 김춘식 사망. 1919년 봄까지 3년 동안 한문과 붓글씨를 익힘.

1929년 | 21세. 휘문고보 졸업.

1930년 | 22세.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였으나 6월 24일 제명. 춘천 실레마을로 귀향.

1931년 | 23세. 보성전문학교 상과 입학, 그 후 자퇴.

              실레마을에 야학당을 열고 농우회, 노인회, 부인회 조직

1932년 | 24세. 야학당을 금병의숙으로 넓히고 간이학교로 인가 받음. 처녀작 <심청> 탈고.

1933년 | 25세. 서울로 올라가 사직동 누님 집에서 기거. 폐결핵 발병 진단.

              단편소설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발표

1935년 | 27세. 조선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소낙비> 1등 당선.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노다지>

              가작 입선. <금 따는 콘밭>, <금>, <떡>, <만무방>, <산골>, <솥>, <홍길동전>, <봄 · 봄>, <안해> 발표.

              구인회 후기 동인으로 참여. 이상과 깊은 친분을 가짐.

1936년 | 28세. <심청>, <봄과 따라지>, <가을>, <두꺼비>, <봄밤>, <이런 음악회>, <동백꽃>, <야행>

              <옥토끼>, 정조, <슬픈 이야기>와 장편소설 (미완) <생의 반려> 발표.

1937년 | 29세. <따라지>, <땡볕>, <연기> 발표.

              세상을 떠나기 11일전 마지막 편지 <필승전>을 안회남에게 보냄.

              3월 29일 경기도 광주 매형 (유세준) 집에서 사망.

[사후 발표작] 정분 (1937), 두포전, 형, 애기 (1939) 

 

 

 

 

 

 

 

1935년 「매일신보」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솥>에는 게숙이라는 들병이가 등장한다. 일제 식민지 후기의 들병이들은 시골 주막으로 돌아다니며 술도 팔고 몸도 팔아 가족 (남편, 아이)의 생계를 유지하였다.

 

<내용맛보기>----------------------------------------------------------------------------------------------------------------------------------------------

근식이는 아내 몰래 함지박을 훔쳐 게숙이가 빌려서 술을 팔고 있는 방으로 간다.

아랫목에는 게숙의 어린 아이가 누워 있다. 게숙이는 근식이의 언 손을 젖가슴에 묻어 녹여 주다 내일 아침에 동네를 떠날 것이라 말한다. 근식이도 함께 가기로 한다. 근식이의 집은 수어릿 골에 있다. 근식이가 집으로 돌아가 솥을 가져 와서 다시 게숙의 방에서 잠이 든다.

게숙의 아이가 킹킹거리며 머리 위로 자꾸 기어올라 아이를 밀어내는데 "이리 온, 아빠 여기 있다" 하는 걸걸하고 우람한 목소리에 게숙의 남편임을 눈치채고인제 죽나 보다 하고 거의 산송장이 되었는데, 남편은 "어여들 편히 자게유 !" 하며 아이를 들고 윗목으로 간다.

게숙이가 일어나 상황을 보고 고개를 접고 말이 없다. 아침이 되자 남편은 떠나자며 근식이가 가져온 솥, 맷돌, 함지박, 보따리들을 짊어진다.

근식이 아내가 산모롱이 옆길에서 헐레벌떡 달려와 얼굴이 새빨개져서 눈에 눈물 고이더니 게숙에게 달라붙어 소리를 지르며 솥을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게숙이도 독살이 올라 근식이 아내 못지않다. 들병이 내외는 떠나고, 근식이는 구경꾼 족을 흘낏거리며 쓴 입맛을 다시다 종국에는 눈 위의 아내를 잡아 일으키며 거반 울상이 되어 말한다. "아니야 글쎄, 우리 솥이 아니라니깐 그러네 참......"

 

 

 

 

 

 

 

 

 

 

 

 

 

 

 

 

 

 

 

실레 이야기길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하여 이름붙여진 실레 (증리)는 작가 김유정의 고향이며 마을 전체가 작품의 무대로서 지금도 '점순이' 등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병산 자락의 '실레 이야기길' 은 멀리서 문학기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들병이들이 넘어오던 눈웃음길>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점순이가 '나' 를 꼬시던 동백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신국농장 금병도원길> <춘호처가 한들로 몸팔러가던 가슴콩닥길> <응칠이가 송이 따먹던 송림길> <응오가 자기 논의 벼 훔치던 수마리길> <산신각가는 산신령길>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 먹던 응고개길>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 <근식이가 자기집 솥 훔치던 한숨길>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나오던 데릴사위길>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 등 재미 난 이야기 열여섯 마당과 만날 수 있는 ㅡ실레 이야기길ㅡ 은 30분에서 1시간 반까지의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금병산 등산로

금병산은 춘천 중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원창고개 마루턱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올라 춘천시내 및 신동면 일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으로 수종이 다양하고 흙이 많은 육산이라 걷기에 매우 편해 사계절 어느 때고 등산하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봄 · 봄길> <동백꽃길> <산골나그네길> <만무방길> <금 따는 콩밭길> 등 이 고장 출신 작가의 소설 제목으로 이름이 붙여진 ㅡ김유정 등산로ㅡ 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바로 그 작품의 무대와 만나게 된다. 또한 이 등산로는 작가 김유정의 생가 및 30년대 야학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던 '금병의숙' 등을 둘러 본 뒤 김유정역에 이르게 되는 매력있는 테마 산행코스다. (어느 코스든 3시간 내외)

 

 

 

 

 

 

 

김유정 이야기길

 

 

 

 

 

 

 

 

 

 

세계 속의 김유정

 

 

 

 

장 노엘 쥬페 / 김유정작품집 불어번역 감수

김유정과 모파상은 이야기를 신속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묘사해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유사점 있다. 무엇보다도

두 작가는 유머를 가장 큰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김유정단편선

(Tuyển tập truyện ngắn : Kim Youㅡjeong)

2010년 베트남작가협회출판사 출간, 이정숙 외 번역

 

김유정단편소설선 (金裕贞短篇小说选)

2011년 중국 길림대학출판사 출간, 리옥화 번역

 

동백꽃ㅡ김유정단편선 (Kamelien)

2013년 독일 Delta출판사 출간, 백은휘, 슈타이델레 홀거 번역,

이 책 또한 2002년 발간된 영역본처럼 제목은 잘못 번역하였다.

 

Spring, Spring (봄 · 봄)

2015년 도서출판아시아 출간, 전승희 영역, 데이비드 윌리엄 홀 감수

 

 

 

 

 

 

 

세르게 사프랑 (쥘마출판사 편집장)

김유정의 작품에서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인이 작품을 읽어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그래서 김유정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

 

한국소설선 (Cuentos coreanos)

2004년 스페인 Verbum출판사 출간, 김은경 번역,

김유정의 <봄 · 봄> (Primavera, primavera) 수록

 

한국현대단편소설선

2006년 우크라이나자유출판사 (Free Ukraine Publishing house)출판, 최승진 번역

 

김유정 중단편선

2010년 스웨덴 Montus Förlag 출간, 최병은, 군나르베르그스트림 번역

 

소낙비 (雷降雨)

2010년 중국 길림대학출판사 출간, 권혁율 번역

 

동백꽃 (山茶花)

2010년 중국 길림대학출판사 출간, 권혁율 번역

 

 

 

 

 

 

 

르몽드

김유정은 그저 몇 단어로 겨울의 찬바람, 한 여름의 땀방울

오월의 향긋한 꽃내음을 우리에게 전해줄 줄 아는 작가다.

       ❞

 

조선단편소설선 (朝鮮短篇小說選)

1984년 일본 岩波文庫 출간, 총2권 중 下권에 <동백꽃>, <봄 · 봄> 번역

 

창랑정기 (滄浪亭記)

1993년 일본 東洋文庫 출간, 동양문고편집부 번역

 

Modern Korean Literature

1995년 영국 Kegan Paul International 출판, 정종화 외 번역

 

소낙비 (Une averse)

2000년, 프랑스 Zulma 출판사 출간, 최미경, 장 노엘 주테 번역

 

The Camellias (동백꽃)

2002년 지문당 출간

 

※ 김유정 단편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란 사실을

몰라 동백나무의 붉은 꽃을 뜻하는 'The Camellias' 를 제목으로 오번역.

 

 

 

 

 

 

 

세계 속의

김유정

 

1930년대 암울한 시대를 살아간 김유정의 소설이 세계의 문호들에 의해 높이 평가되며 다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인에게 읽히고 있다. 특히 2000년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김유정 단편소설집 「소낙비 (Une averse)」는 프랑스 신문 '라 비에 (La Vie)' 기고에서 '모파상보다 김유정의 문체가 더 단순하고 정제됐지만 이야기는 더 예리하고 신랄하다.' 고 극찬을 했으며,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르 클레지오도 역시 김유정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소설가 모옌은 2008년 김유정문학촌을 방문하여 '작가 김유정은 스물아홉 살에 떠났지만 위대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의 정신과 사상은 아직도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고 하였다.

 

 

 

 

김유정 문학의 출발점에 놓인 것이

바로 들병이 사상이 아니었을까?

 

김윤식 문학평론가

 

 

 

 

 

 

 

 

 

 

 

 

 

 

 

 

해학과 비애가 뒤섞인

사람이야기

 

김유정의 소설은 사람에 대한 훈훈한 사랑을 예술적으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을 한 끈에 꿸 수 있는 사랑, 그들의 마음과 마음을 서로 따뜻하게 이어주는 사랑을 우리의 전통적인 민중예술의 솜씨로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김유정의 소설들은 흔히 등장인물들의 어리석음이나 무지함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그것이 그들의 가난하고 비참한 실제 삶과 이어져 있음을 곧바로 인식하게 되어 웃음과 함께 진한 슬픔이 뒤섞인 묘한 감동을 유발한다.

 

 

 

 

 

 

 

다채롭게 변주된

김유정의 문학작품들

 

김유정의 문학은 우리의 전통마당극이나 탈춤, 판소리에서 만나는 어조와 해학적인 웃음처럼 우스운 말이나 행동을 통해 대상의 결함과 비리를 그만의 해학으로 표현한다. 또한 감칠맛 나는 속어와 비어, 눙치는 어법 등으로 그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이루었다. 김유정의 작품들은 영화, 연극, 오페라, 애니메이션, 마당극, 음악극, 무용극, 발레 등으로 재탄생되고, 심지어 게임과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변주되어 현대인에게 다가가고 있다.

 

 

 

 

 

 

 

『형』, 『따라지』, 『두꺼비』, 『슬픈이야기』, 『생의 반려』, 『심청』, 『연기』, 『야앵』, 『봄과 따라지』, 『이런 음악회』

 

도시 생활 속 외로운 자화상

 

김유정은 20대 초반 고향 실레마을에 거주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에는 카페 여급, 버스걸, 거지, 기생, 실업자 등 도시 빈민 따라지들의 삶이 그려지고 있다. 김유정은 작품 속에 '한심한 무직자, 실연자, 가족사에 상처받은 인물' 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두꺼비

 

시험 전날 밤새는 맛으로 학교에 다니는 건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대학생 나 (이경호)는, 영어시험을 하루 앞둔 어느 날 하숙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창을 연다. 여러 차례 연애편지를 써 보냈으나 답장이 없어 애태우게 했던 기생 옥화의 남동생, 모자를 비딱하게 쓴 두꺼비눈의 사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는데.

 

 

 

아버지가 형에게 칼을 던지는 걸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릴 적 생생하게 지켜본 '나' 는 오래도록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몸을 비켜 땅에 떨어졌기 망정이지 정통으로 맞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슬플 때, 외로운 때, '나' 의 집안을 저주할 때, 맨 먼저 '나' 의 몸을 쏘는 화살이 되는 이 사건을 아버지의 허물인지 형님의 죄인지,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고.

 

 

따라지

 

화창한 봄날의 사직동 꼭대기 초가집. 방세를 받지 못한 주인 마누라의 푸념이 늘어진다. 오늘은 꼭 받아내리라 결심하지만 버스차장인 딸에게 빌붙어사는 '노랑퉁이' 영감과 카페에서 일하는 '아끼꼬' 에게서 방세는 커녕 낭패만 당한다. 결국 누이의 집에 기식하며 방구석에 쳐박혀 글만 쓰는 만만한 '돌스토이' 를 찾아가는 데.

 

 

 

 

 

 

『홍길동전』, 『두포전』, 『세발자전거』

 

조선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다

 

위의 세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김유정의 여느 작품들과 결을 달리한다. 암흑같은 일제강점기에도 어린이들에게 만큼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발자전거

 

세발자전거 주인 기영이는 복동이에게 자전거는 빌려 주지 않고 약만 올리는데, 보다 못한 복동이의 언니는 꾀를 내어 기영을 골탕먹이고 복동이에게 마음껏 자전거를 타게 해주는 내용이다.

「세발자전거」는 2021년 가을 근대서지학회에 의해 발견되어 같은 해에 발간된 유인순 (김유정 1호 박사, 강원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의 '정전 김유정전집' 에 최초로 소개되었다.

김소운 (시인, 수필가)이 1935년에 창간한 '보통학교 과외잡지' 《목마》에 실려 있는 원고지 6 ~ 7매 정도의 짧은 동화이다./

 

 

 

 

『봄 · 봄』, 『동백꽃』, 『산골』, 『옥토끼』

 

척박한 삶, 피어나는 사랑

 

일제강점기 척박한 삶 속에서도 청춘 남녀들은 사랑을 느끼고

또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한다.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사랑' 이야기는 여느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해학으로 표현된 이면에는 당대의 비참한 현실이 내재해 있다. 김유정의 여러 작품 중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소설로 중 · 고등 교과서에 많이 실려 있다.

 

봄 · 봄

 

점순이와 결혼하기 위해 봉필 영감 집 데릴사위로 들어간 나는 새경도 못 받고 4년 동안이나 머슴처럼 부려진다. 봉필 영감은 키를 핑계로 성례를 미루고, 점순이는 내게 밤낮 일만하고 말거냐며 되알지게 쏘아부친다. 이에 고무된 나는 급기야 봉필 영감의 아랫도리를 잡고 드잡이를 하기에 이르는데.

 

동백꽃

 

마름집 딸 점순이는 구운 감자를 건네며 관심을 표현하지만 나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점순이는 닭싸움으로 나를 자극하고, 화가 치밀어 얼결에 점순네 수탉을 때려 죽인 나는 땅이 떼일 걱정에 울음을 터트린다. 이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순이는 나의 어깨를 짚은 채 알싸한 동백꽃 속으로 파묻히고.

 

 

 

 

 

 

산골

 

마님댁 씨종인 이쁜이는 도련님의 계속되는 구애에 마침내 사랑에 빠지고 만다. 옷고름 떼어주며 다짐하고 떠난 도련님은 소식이 없고, 이쁜이를 짝사랑하는 석숭이는 도련님에게 보낼 편지를 대신 써주는데.

 

옥토끼

 

우연히 집으로 들어온 옥토끼를 나는 남몰래 혼약한 숙이에게 선물한다. 나흘째 앓아누운 숙이에게 아버지는 몰래 옥토끼를 잡아먹이고, 이를 알게 된 나는 숙이에게 토끼를 내놓으라 하고.

 

 

 

 

『산골나그네』, 『소낙비』, 『총각과 맹꽁이』, 『솥』, 『안해』

 

궁핍과 유랑의 시대, 치열한 생존기

 

농촌의 하층민들은 빚에 몰려 고향을 등지고 떠돌고, 무능력한 가장 밑에서 여성들은 최후의 생계 수단으로 매춘도 불사하면서 생존을 이어간다. 뿌리 뽑힌 이 땅의 농민들은 천직이라 여겼던 농부로서의 삶에 적의를 표하며 타지로 떠돌다가, 더러는 노름꾼이 되고, 들병이의 남편이 되어 도시에 안착을 꿈꾼다.

 

산골나그네

 

고적한 산골 덕돌네 주막에 열아홉 살 나그네 여인이 찾아든다. 주막 일을 도우며 며칠 신세를 지던 끝에, 덕돌어미는 은비녀와 솜옷 한 벌을 마련하여 혼인을 시킨다. 며칠 뒤 품안이 허룩하며 잠이 깬 덕돌이는 어미와 함께 아내를 찾아 나선다. 개울 건너 물방앗간에선 병든 거지가 솜 옷 한 벌을 얻어 입고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길을 떠나는데, 멀리서 늑대소리는 와글거리며 그들의 뒤를 따른다. 주인 잃은 베개 밑 은비녀는 새벽 어스름에 아스라이 빛나고.

 

소낙비

 

검은 구름이 비가 올 듯 하면서도 햇볕은 뜨겁다. 매미는 "매ㅡ음, 매ㅡ음" 하며 운다. 노름 밑천 2원을 구해오라는 남편 춘호의 매질을 피해 열아홉 살 아내는 집밖으로 내몰린다. 기어이 소낙비가 쏟아지던 때, 돈 많은 이주사에게 몸을 맡기게 된다. 다음 날 2원을 받으러 나가는 아내의 머리를 춘호는 곱게 빗겨주며 말한다. "바로 곧 와, 응"

 

 

 

 

 

 

총각과 맹꽁이

 

마을에 들병이가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덕만이는 장가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다리를 놔준다던 뭉태는 제 실속만 차리고, 조급한 마음에 덕만이는 들병이에게 무릎까지 꿇어가며 애원하지만 비웃음만 살 뿐이다. 골창에선 음충맞은 맹꽁이가 암수 서로 "맹~~ 꽁~~" 하고 장단을 맞추는데.

 

 

근식은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들병이 계숙을 따라 나서기로 결심을 한다. 자식 수저 한 벌만 남기고 밥해먹는 솥까지 빼돌려 계숙에게 갖다 바치는데 계숙과 떠나기로 한 아침, 갈라섰다는 남편은 벌써부터 찾아와 짐을 챙기고 근식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때마침 두 주먹을 흔들며 달려온 아내에게, "아니야 글쎄, 우리 솥이 아니라니깐 그러네 참" 하며 근식은 쓴 입맛만 다시는데.

 

 

 

 

『금 따는 콩밭』, 『금』, 『노다지』

 

1930년대 조선에 불어닥친 '황금 광풍'

 

1930년대 일본은 금본위제 실시로 막대한 금을 필요로 하였고, 식민지 조선으로부터 대대적으로 금을 조달하면서 조선에도 황금 광풍이 불어 닥친다. 조선 천지가 일확천금을 꿈꾸며 금전판으로 떠돌 때, 김유정은 생계를 위해 충청남도 예산에 있는 광업소의 현장 감독으로 몇 달간 머무르며 막장에 내몰린 인생들 (브로커, 잠채꾼, 광부 등)을 만난다. 이 때의 경험은 일제강점기 황금광 시대의 참혹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우리에게 남았다. 당시 황금 열품은 의사, 변호사, 문인, 사회운동가 할 것 없이 금광에 뛰어들게 했는데, 팔봉 김기진과 소설가 채만식도 그 대열에 합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 따는 콩밭

 

소작농 영식은 수재의 꼬임에 빠져 추수할 때가 다 된 멀쩡한 콩밭을 파헤친다. 파도 파도 금이 나오지 않자 영식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아내까지 구타한다. 결국 콩밭만 뒤엎어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순간 수재가 금줄이 나왔다고 외치는데.

 

 

 

철저하게 알몸검사를 하는 감독을 속이기 위해 덕순은 동무와 짜고 스스로 발등을 찧는다. 너덜너덜해진 상처 속에 금을 숨겨 광산을 빠져나와 무사히 집에 도착하지만 막상 훔친 황금 쪼가리를 나눠 갖게 되자 둘은 생각이 달라진다. 금을 팔아오겠다며 나서는 동무의 뒤로 "아이구" 하는 참혹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데.

 

 

노다지

자기 누리를 주고 싶을 만큼 서로 믿고 의지하던 꽁보와 더펄이는 어느 가을 그믐날 밤 잠채를 나간다. 고생 끝에 노다지를 발견하지만 팔자를 고치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둘의 우애는 탐욕과 의심으로 무너져 내리는데.

 

 

 

 

『가을』, 『땡볕』, 『만무방』, 『애기』, 『떡』, 『정조』

 

막다른 길에 내몰린 사람들

 

1930년대 식민지적 수탈과 그로 인한 농촌경제의 파탄은 농부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궁핍과 유랑의 시대를 떠돌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이들은 종국엔 강도, 사기, 인신매매, 아이 유기 등 반윤리적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 지경에 이르는데, 이처럼 김유정은 농촌 하층민들의 뒤틀리거나 부도덕한 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시대의 참상을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을

 

빚에 몰린 복만이는 소장수에게 아내를 팔아먹는 계약서를 써 달라하고, 나는 아들 영식이를 생각해서 말려보고도 싶지만, 은근히 팔아먹을 아내가 있음이 부럽다. "우리 집엔 여편네라곤 병들은 어머니밖에 없으나 나이도 늙었지만 우리 아버지가 잇으니까 내 맘대로 못하고."

 

 

만무방

 

빚잔치를 하고 가족과 헤어져 야반도주를 한 웅칠이는 성실한 농꾼인 동생 웅오의 집으로 간다. 미처 추수 못한 웅오의 벼가 자꾸만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웅칠이는 자기가 도둑으로 의심받게 되자 밤을 새며 도둑을 잡기 위해 논을 지키는데.

 

 

 

 

 

애기

 

딸 덕을 보기 위해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의사 사위에게 시집보내려는 아버지와 부잣집에 장가들기 위해 가짜의사 행세를 하며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필수, 구박받는 자신의 애기를 길에 버리려는 어미.

 

 

땡볕

 

병든 아내를 서울대학병원의 임상시험으로 제공하여 생계를 꾸려보려 하지만, 병원에서는 뱃속에 죽은 아이가 들어있어, 당장 수술 하지 않으면 아내가 죽는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아내는 수술을 거부하고, 덕순이는 아내를 다시 지게에 지고 돌아가기로 한다. 집으로 가는 길, 아내는 '쌀 둬대 꾸어 먹은 것을 갚으라' 는 등의 유언을 쇠뿔도 녹일 것 같은 땡볕 지게 위에서 주섬주섬 늘어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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