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식물 이야기

[백서향과 제주백서향]

드무2 2023. 3. 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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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향과 제주백서향]

 

 

 

위는 제주백서향. 우아한 흰색 꽃이 둥글게 모여 피어 있어요. 아래는 중국이 원산지인 서향. 자줏빛이도는 꽃이랍니다. / 국립생물자원관

 

 

 

타원형의 두꺼운 녹색 잎··· 제주도에서는 더 가늘고 끝이 뾰족해요

 

 

 

이른 봄 다른 식물들보다 먼저 꽃을 피워 진한  꽃향기로 봄소식을 알리는 식물이 있어요. 흰 꽃에 상큼하고 우아한 향기로 잘 알려진 '백서향'이 그 주인공이죠. 꽃향기가 천리 (千里)까지 퍼진다고 하여 천리향이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예요.

백서향은 일본 · 중국에서도 자라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 경남 등 서 · 남해안 섬 지역과 제주도에서만 드물게 자라는 식물이에요. 제주 곶자왈 (나무 · 덩굴식물 · 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해진 곳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음)을 대표하는 식물로도 유명하죠.

백서향은 높이 0.5 ~ 1.5m 정도 키작은나무인데, 가지는 보통 3갈래로 갈라져요. 가죽질 느낌의 두꺼운 녹색 잎은 광택이 있고 타원형이며 가지 끝부분에 어긋나게 모여 달리는 경향이 있어요.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서 피는 암수딴그루인데, 2 ~ 4월쯤 흰 꽃이 잎이 모여 달린 중앙에 둘글게 모여 핀답니다.

열매는 9㎜ 정도의 넓은 차원형으로 5 ~ 7월에 붉은색으로 익으며 부드러운 과육 안에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어요. 열매는 잘 익은 앵두처럼 먹음직스럽게 생겼지만 독성이 매우 강해 먹을 수가 없어요. 이 식물은 전체적으로 독성이 있고 한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자라는 백서향은 남해안 지역에 자라는 백서향과 조금 다른 모양이라 '제주백서향'이란 새로운 이름이 붙었어요. 잎 모양, 꽃받침 털의 유무 (有無)와 꽃 수에서 차이가 있거든요. 백서향은 잎이 넓은 타원형이고 꽃받침에 털이 있으며 꽃이 3 ~ 7개로 적게 달리는 반면, 제주백서향은 잎이 좁은 피침형 (披針形 · 잎이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한 형태)이고꽃받침에 털이 없으며 보통 꽃이 10 ~ 20개까지 많이 달린답니다.

백서향은 꽃이 예쁘고 은은한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식물이에요. 하지만 추위에 많이 약하죠. 남부 지방에서는 화단에 심어 키울 수 있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주로 실내 화분에 심거나 식물원의 온실에서 키웁니다.

우리나라 조경수 시장이나 화원 (花園)에서 백서향이나 천리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식물은 '서향'인 경우도 있어요. 서향은 중국이 원산지예요. 백서향의 꽃은 흰색이지만, 서향은 붉은 자줏빛이 도는 꽃이 4월쯤에 피어 차이가 나죠.

백서향뿐만 아니라 백서향속 (屬) 식물은 예로부터 한방에서 쓰임이 많았습니다. 꽃은 두통 · 인후통에 쓰였고, 뿌리는 지혈제나 가래 · 백일해 치료에 사용됐어요. 민간에서는 나무껍질이나 잎을 어혈 (瘀血 · 피가 뭉친 것)을 풀고, 통풍을 완화하며, 각종 피부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고 해요. 오늘날 백서향의 향료 (香料 · 향기를 내는 물질)는 향수 등 화장품 산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2월 13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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