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 다큐 '건국전쟁' 오늘 개봉 앞두고 마지막 시사회]
김덕영 감독
"李 대통령 오해해 부끄럽습니다" 뜨거웠던 光州 시사회
광주 시사회 224석 거의 들어차
1956년 대통령선거 때 이승만 지지율
전남 72%로 경북 55%보다 높아
당시는 전라도가 '우파의 본산'
김덕영 감독 "광주 분들이 얼마나
볼지 걱정했는데 실제 반응에 안심"
예매율 9위, 전국 129곳서 개봉
이승만 다큐 광고 붙인 버스
서울 · 부산 · 광주 등서 8대 운행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았다니 놀랍고 부끄럽습니다.”
지난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CGV광주상무에서 영화 ‘건국전쟁’ 시사회가 끝나자 중년의 관객이 김덕영 (59) 감독에게 다가왔다. ‘건국전쟁’ 은 독립과 건국, 자유민주주의 수립을 위한 이승만 대통령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관객은 “저는 민주당 20년 지지자” 라며 “영화를 보고 나니 그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 말했다. 김 감독은 31일 본지 통화에서 “광주 분들이 이 대통령 다큐를 얼마나 봐주실지 걱정이 됐는데, 실제 반응을 보고 안심이 됐다” 며 “제대로 된 역사 알리기의 보람을 느낀다” 고 말했다. 1일 전국 개봉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이날 시사회는 상영관 224석이 거의 들어찼다.
이날 시사회는 ‘건국전쟁’ 의 15번째이자 마지막 시사회였다. 호남의길, 호남대안포럼 등 시민 단체가 앞장서 후원을 맡고 홍보를 도왔다. 김 감독은 “호남의 심장인 광주야말로 이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할 곳”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56년 5월 제3대 대통령 선거 때는 이 대통령의 전남 지지율 (72.1%)이 경북 지지율 (55.3%)보다 높았다. 당시만 해도 ‘전라도가 우파의 본산’ 이었다. 김 감독은 “이후 일부 세력에 의해 이 대통령에 대한 곡해가 깊어졌다” 며 “이번 다큐로 많은 분들이 올바른 사실을 알게 되셨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앞서 서울에서 시사회를 찾은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돌아가신 이승만 박사가 다시 살아서 나오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 며 “건국 대통령을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으면 그 이후 대한민국 역사가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없다” 고 말했다. 김황식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영화를 보다가 서너 군데서 눈물을 흘렸다” 며 “온 국민이 봤으면 좋겠다” 고 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CGV광주상무에서 지난 30일 오후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시사회가 끝난 후 관객들과 제작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시사회는 224석이 거의 찰 만큼 열기가 높았다. / 다큐스토리
‘건국전쟁’ 은 3년간 제작비 2억원을 들여 만든 100분 분량의 작품이다. 국내외 연구자 등 20여 명의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일부에서 독재자로만 폄훼해온 이 대통령을 독립과 건국을 위해 애쓴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재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사실 (史實)이 공개된다. 1954년 8월 국빈 자격으로 방미 중이던 이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영웅 행진’ 카퍼레이드를 하는 동영상도 발굴해 담았다. ‘영웅 행진’ 은 뉴욕시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등 역사적 공헌을 남긴 인사들에 한해서만 벌였던 공식 행사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여권 (女權) 신장을 이끈 지도자였던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1948년 20세 이상 전국 모든 남녀가 모든 선거에서 평등한 투표권을 갖도록 주도적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이 전근대 왕조국가를 막 벗어나 국민들 사이에 투표권 개념도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였다. 이 대통령이 1948년 ‘유상매입 유상분배’ 방식으로 단행한 토지개혁으로 1960 · 70년대 경자유전 (耕者有田) 원칙이 자리 잡으며 농민들의 삶이 안정됐고, 교육 수준도 향상됐다. ‘개천의 용’ 은 이 시기 이후로 가능해졌다.
광주광역시에서 운행을 시작한 '이승만 버스' (39번). 내달 하순까지 이 대통령 얼굴이 인쇄된 영화 포스터를 붙이고 달린다. / 다큐스토리
‘건국전쟁’ 은 할리우드 화제작 ‘웡카’ 등 대작 공세에도 실시간 예매율 9위 (31일 오후 8시 현재)에 올랐다. 10위 안에 다큐는 ‘건국전쟁’ 이 유일하다. 예매율이 호조를 보이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극장의 상영관 132곳 (31일 현재)을 확보했다. CGV청담씨네시티 등 서울 강남에서도 관객을 만난다.
개봉을 앞두고 전국에서 ‘이승만 버스’ 도 달리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영화 포스터를 부착한 버스가 서울 2대, 부산 3대, 대전 1대, 광주 1대, 인천 1대 등 총 8대 운행한다. 서울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스크린도어에도 이 대통령 얼굴이 강조된 대형 포스터가 붙었다. 아이돌이 아닌 역사 인물로서는 이례적이다. 버스 홍보물은 대당 약 400만원 (1개월)이 든다. 김 감독은 “이 대통령 얼굴이 크게 인쇄된 홍보물이 전국 대중교통에 인쇄돼 도로를 누비는 것은 처음일 것” 이라며 “전국 각지의 평범한 시민 수백 명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감사하다” 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4년 2월 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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