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행

[<14> 군산 기지에 가다]

드무2 2024. 2. 1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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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군산 기지에 가다]

 

 

 

군산 기지는 한미 전투기가 같이 배치된 유일한 한미 연합 기지다. 오충원 (왼쪽) 제38전투비행전대장과 제프리 D 슐먼 (오른쪽) 미 제8전투비행단 부단장은 지난 18일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본지에 기지를 공개하면서 부대 패치 교환식을 가졌다. 슐먼 부단장이 먼저 미 8전비 패치를 오 전대장 왼쪽 가슴에 붙여주고 주먹으로 꾹꾹 누르며 친근감을 표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군산 하늘엔 애국가 · 美국가 함께 울린다

 

 

 

한미 Fㅡ16 전투기 60대 운용하는 공군기지 핵심시설 첫 공개

실전 경험 美 조종사들과 동고동락하며 공군 전투력도 상승

 

 

 

“위용 ~ 위용 ~!” 지난 18일 한미 연합 공군기지인 군산 기지 (Kunsan Air Base). 전투기 격납고 비상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며 경보음이 울렸다. “다다다닥!” 격납고 옆 비상대기실 ‘얼러트 (Alert)’ 에서 조종사와 정비대원들이 군홧발로 뛰쳐나왔다. 한국방공식별구역 (KADIZ · 카디즈)을 중국 · 러시아 전폭기가 침범했다는 상황을 가정, 8분 안에 이륙해 대응에 나서는 훈련이었다.

조종사들은 실제로 최근 제주도 남방 카디즈에 중 · 러 폭격기들이 무단 진입하자 KF-16 전투기를 몰고 출격해 이들을 쫓아내는 전술 조치 작전을 펼쳤다. 관제탑에선 미 공군 대원들이 우리 측과 송수신하며 작전을 뒷받침했다. 얼마 뒤 미 조종사들도 F-16 전투기를 몰고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했다. 군 관계자는 “군산은 카디즈 기준으로 정중앙에 위치해 서남부뿐 아니라 서북 · 동남북 상공도 대응 가능한 전략적 요충 기지” 라고 말했다.

한국 공군과 주한미군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군산 기지의 한미 주요 시설 내부를 전면 공개했다. 한미가 따로 자국 시설이 있는 기지 일부나 전투기를 제한적으로 외부에 공개한 적은 있지만 한미가 같이 사용하는 기지 핵심 시설을 ‘기밀 해제’한 것은 처음이다.

군산 기지는 한미 공군의 연합 작전이 이뤄지는 국내 유일의 부대다. 경기도 오산이나 평택 기지에 한미 공군 인원이 같이 근무하긴 하지만, 한국 전투기가 배치돼 있진 않다. 양국 전투기가 나란히 활주로를 오르며 연합 방위 태세 임무를 수행하는 곳은 군산 기지뿐이다. 한국 제38전투비행전대, 미군 제8전투비행단이 각각 KF-16 약 20대, F-16 약 40대 등 총 60여 대를 운용한다. 미국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긴급 제공한 전투기 기종인 F-16 60여 대가 항시 무장 출격 가능 상태로 ‘장전’ 돼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으로 꼽히는 5세대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와 미 해병대의 F-35B가 각각 올해 초와 지난해 한반도에 전개됐을 때 출격한 곳도 군산 기지였다.

 

 

 

선술집서 '노하우' 나누는 한미 탑건들··· ❝이런 동맹 없어❞

 

 

 

美 조종사 상당수 중동 실전 경험

"그 기술 어떻게? "그건 말야···"

비행 끝난 후 브리핑서, 사석에서

교본에도 없는 '진짜 비행술' 전수

 

시설도 함께, 작전도 함께

활주로 · 항행 시설 등 공동 운영

"힘에 의한 평화, 한미동맹 축소판"

 

 

 

“제프리, 오늘 그 급강하 비행 어떻게 한 거야?” “그거 고도가 이 정도 됐을 때 확 눌렀다가 잡아당겨.”

군산 기지의 오충원 제38전투비행전대장 (대령)과 제프리 D 슐먼 미 제8전투비행단 부단장 (대령)은 한미 연합 공중 훈련 비행을 마치고 나면 꼭 따로 만나 이 같은 대화를 나눈다. 사후 브리핑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작전 결과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지만, 그날 저녁에는 군산 기지 조종사들의 선술집인 ‘후치 (Hooch)’에 가서 맥주 한 잔을 시켜 놓고 ‘진짜 디브리핑 (debriefing · 임무 수행 보고)’ 한다고 한다.

오 전대장은 지난 18일 군산 기지 미 장교식당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군산 기지는 한미 전투기와 조종사들이 같이 있는 유일한 기지” 라면서 “비행을 하고 나서 서로 언제든 만나 교본에 없는 진짜 비행 노하우 (know-how)를 나눌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곳”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다는 건 단순한 전술적 이점을 떠나 한미 대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서로 침을 튀겨가면서 토론하고 유대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고 말했다. 오 전대장은 약 10년 전 대위 때부터 군산 기지에서 근무하다 올해 초 에이스 조종사 출신들이 가는 군산 기지 38전대장에 임명됐다.

 

 

 

한미 전투기 60대 '엘리펀트 워크'

2012년 3월 당시 군산 기지에서 한미 공군의 KF-16 및 F-16 전투기 60여 대가 활주로에서 일명 '엘리펀트 워크 (Elephant Walk · 코끼리 걸음)' 훈련을 하고 있다. 엘리펀트 워크는 여러 대의 전투 · 폭격기가 최대 무장을 한 채 활주로에서 일렬로 이동하며 신속 출격에 대비하는 연습으로, 코끼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는 것 같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 공군

 

 

 

슐먼 부단장은 군산에만 세 번째 근무라고 했다. 그는 “미 공군에서 군산 기지는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어느 기지보다 중요한 부대로 정평이 나 있다” 면서 “미 8전비는 6 · 25전쟁 당시 공중 지원 임무를 맡았고 공산당으로부터 지역 방어를 하기 위해 수많은 군사작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고 말했다. 슐먼 부단장은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여러 전쟁에 실제 참전한 적이 있는데, 그때 습득한 실전 비행 경험을 한국 조종사들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오 전대장은 “오늘날 한국 조종사는 실전 경험이 없지만 미 공군 조종사 상당수가 중동 근무를 마치고 군산에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이들의 싱싱한 전쟁 경험을 고스란히 취득할 수 있다” 면서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은 이런 경험을 연습해 보는 효과도 있다” 고 말했다. 여러 대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하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지상 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 훈련도 2012년 군산 기지에서 한미 연합으로 처음으로 실시됐다. 엘리펀트 워크는 전투기들이 코끼리들처럼 한꺼번에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행 시 조종사들을 별칭으로 부르는 미군의 ‘콜 사인 (Call sign)’ 문화도 군산 기지에서 한국군에 전수됐다고 한다. 오 전대장 콜사인은 그가 검술 유단자여서 ‘투 소드 (쌍칼)’ 라고 미 조종사들이 지어줬다고 한다. 군산 기지는 한미 연합 공중 작전을 탄생시킨 ‘요람’ 이자 작전 수준을 발전시킨 ‘R&D 센터’ 같은 부대인 것이다.

이날 저녁 기지에서는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길을 가던 한미 장병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각자의 국기를 향해 경례를 했다. 윤영삼 공군 공보실장 (대령)은 “군산 기지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한미 공군이 활주로, 유도로, 항행 시설 등 작전 시설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로 매일 저녁 한미 국가가 울려 퍼진다” 면서 “한미 장병이 동고동락하며 ‘힘에 의한 평화’ 를 구현하는 한미 동맹의 축소판” 이라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한미 공군총장 배출한 '에이스 기지' ··· 연합 공중작전의 핵심

 

 

 

군산기지는 어떤 곳

韓 38전투비행대 · 美 8전투비행단

1960년대부터 나란히 활주로 올라

 

 

 

그래픽 = 양인성

 

 

 

군산 기지는 일본이 1938년 중 · 일 전쟁 중에 전북 군산 서해안 일대에 활주로를 놓으면서 조성됐다. 해방 후에는 미군이 사용했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이듬해인 1949년 한국 공군의 기지가 됐다. 6 · 25전쟁 때는 북한군에 두 달여 빼앗겼다가 1950년 9월 3일 미 육군이 탈환했다.

미 공군이 처음으로 주둔한 것은 F-84를 주 기종으로 하는 제27전투비행단이 1951년 군산 기지에 공식 배치됐을 때다. 이후 지금의 미 제8전투비행단 (미 8전비)이 1974년 F-4를 주 기종으로 군산에 배치됐다. 미 8전비는 1981년 기종을 F-4에서 F-16으로 교체하며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미 8전비 예하에는 35대대, 80대대 등 두 전투 비행 대대가 있다.

군산에서 한미 공군 전투기가 나란히 서게 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한국 공군은 1963년 당시 F-86을 운영하는 제11전투비행단 소속의 제111전투비행대대 (111비행대대)를 군산 기지에 배치했다. 그전까지 한국 공군에는 전투기 전력이 부족했다. 111비행대대는 1985년 F-5로 기종을 전환했다. 1987년에는 군산 기지에 제38전투비행전대를 창설했다. 111 비행대대가 현 38전대의 모태인 셈이다.

38전대는 2006년 전투기 기종을 F-5에서 KF-16로 바꿨고, 이때부터 한미 연합 공중 작전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한국 공군의 F-5와 미 F-16의 성능 차이가 커서 실질적인 연합 훈련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인 KF-16과 미 F-16의 연합 훈련의 핵심 기지가 된 군산 기지는 한미 양국의 참모총장을 배출한 부대로 유명하다. 그만큼 에이스 조종사들이 배치되는 곳이라는 의미다. 정상화 공군참모총장과 찰스 퀸턴 브라운 주니어 전 미 공군참모총장 (현 합참의장) 모두 군산 기지 조종사 출신이다. 정 총장이 군산 38전대 111 비행대대장일 당시 브라운 전 총장이 미 8전비 단장으로, 둘이 약 7개월간 같이 근무했다.

김정수 현 39 비행단장 (준장)은 위탁 교육 제대로 미 공사를 졸업했는데 미국 쪽 동기였던 테드 클라크 준장과 대령이던 2020년 같은 시기 군산 기지에서 각각 38전대장, 미8전비 단장을 맡았다. 군 관계자는 “군산 기지는 한미 동맹의 축소판과 같은 곳” 이라면서 “전쟁 때 북한에 빼앗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미 연합 공중 작전의 중추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군산 기지 주축 美 8전투비행단

북베트남 공군 미그기 절반 날려버린 그 부대

 

 

 

 

 

 

군산 기지에는 미 공군의 전설적인 ‘탑건’ 인 고 (故) 로빈 올즈 (Robin Olds · 1922 ~ 2007) 준장의 초상화가 여러 곳에 걸려 있다. 그는 6 · 25 전쟁에 참전하지도 않았고,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가 군산 기지의 상징적 인물이 된 것은 현재 군산 기지의 미 제8전투비행단 (8전비)이 한국 배치 직전 올즈에 의해 미 최고의 전투비행단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8전비의 애칭은 ‘울프팩 (Wolf Pack · 늑대 무리)’ 으로 8전비 전투기 꼬리날개에 늑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애칭도 올즈가 붙여준 것이다.

현재 군산 기지의 주축인 미 8전비는 1974년 군산에 배치되기 직전까지 베트남전 (월남전)에 참전했다. 올즈는 1966년 태국 우봉 공군기지에 주둔한 8전비 단장 (대령)으로 부임해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는 부임 첫날 “지금부터 너희를 가르칠 텐데, 난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며 부대원들을 한 명씩 손가락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나치 독일군의 Fw 190 전투기 등 적기 12대를 격추하고 지상에서도 12대를 격파하는 전과를 올려 ‘에이스 파일럿’ 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는 2차 대전 후 6 · 25 전쟁 때도 북한 · 중공군과 싸우겠다며 참전을 원했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아내가 극구 반대해 포기했다가 월남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참전 당시인 1967년 미 공군 F-105 전투기가 베트남 미그 (MiG)-21에 연거푸 피격되자 ‘볼로 (BOLO · 스페인어로 술주정뱅이) 작전’ 을 생각해냈다. 미 F-105 전투기가 출격하는 것처럼 기만 작전을 펴서 북베트남 미그-21이 대응에 나섰을 때 미 F-4를 띄워 요격했던 것이다. 이 작전으로 미국은 전투기 손실이 전혀 없이 북베트남 미그-21 7대를 격추했다. 당시 북베트남에는 총 16대의 미그-21이 있었기 때문에 7대 격추는 미국의 압승이었다. 이 공로로 올즈는 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올즈는 볼로 작전에 출격하는 조종사들을 ‘양의 탈을 쓴 늑대’ 에 비유해 ‘울프팩’ 이라고 불렀고, 이때부터 이것이 8전비의 애칭이 됐다. 8전비는 1974년 주둔지를 군산 기지로 옮겨 49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공군과 함께 한반도 상공을 지키고 있다.

 

노석조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10월 2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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