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鄕愁)] 일러스트 = 이철원 향수 (鄕愁) 나의 고향은 저 산 너머 또 저 구름 밖 아라사 (俄羅斯 · 러시아)의 소문이 자주 들리는 곳. 나는 문득 가로수 스치는 저녁 바람 소리 속에서 여엄ㅡ염 송아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멈춰 선다. ㅡ김기림 (金起林 · 1908 ~ ?)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제목 ‘향수 (鄕愁)’ 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겹고 아련하다. 어떤 요란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편안한 시어들. 3행이 1연을 이루는데, 아래 행으로 갈수록 행이 길어지고 넓게 퍼진 모양이 마치 산자락이 펴지듯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 김기림은 1930년대 조선 문단에서 가장 앞서가는 모더니스트 시인이자 산문 작가였다. 2행에서 ‘저 산 너머’ 뒤에 ‘저 구름 밖’ 의 대구도 절묘하다. ‘구름 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