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새 우주복]
▲ / 그래픽=유재일
42년 만에 여성 우주복 생겨··· 2025년 달탐사 때 입는대요
기존 우주복보다 25㎏ 가벼워지고
무릎 · 팔꿈치 늘어나 동작 자유롭죠
영하 210도 견디는 단열 소재 쓰기도
지난달 15일 미 항공우주국 (NASA)이 우주인들이 입을 새 우주복을 공개했습니다. 1981년 처음 우주복을 만든 이후 42년 만에 디자인을 바꾼 거예요. 새로운 우주복의 이름은 'AxEMU' (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로, 우주관광기업 액시엄 스페이스가 개발했습니다. NASA는 2025년에 우주인을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때 입을 우주복이에요. 42년 만에 새롭게 바뀐 NASA의 우주복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주복 입고 스쿼트도 가능
기존의 우주복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걷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어요. 새로운 우주복의 가장 큰 특징은 팔과 다리를 편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거예요. 새 우주복을 입은 모델은 팔을 올려 헬멧 위쪽에 있는 조명을 켜는 동작, 스쿼트 운동을 하듯 쪼그려앉는 자세 등을 선보였어요. 비결은 무릎과 팔꿈치에 있습니다. 이 부분을 자세히 보면 천 여러 개를 덧댄 듯 바느질 작업이 돼 있어요. 그래서 팔과 다리를 구부렸다 펼 때 무릎과 팔꿈치 부분이 아코디언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어요. 우주인들이 짐을 나르거나 샘플을 채집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새 우주복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 우주인을 위한 작은 사이즈가 생겼다는 거예요. NASA의 달 탐사에 사용됐던 기존 우주복은 지금까지 달 표면에 발을 디딘 비슷한 체격의 건장한 백인 남성 12명에게 크기를 맞췄어요. 여성이 입기에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 우주 공간에서 정교한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실제로 2019년 여성 우주인이 우주복이 몸에 안맞아 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남성 우주인으로 교체되기도 했어요. NASA는 3D 프린팅과 레이저를 이용해 우주복 사이즈를 다양하게 만들었다고 밝혔어요. 대 · 중 ·소로 나뉘어 있어 우주인들이 체형에 맞게 선택할 수 있지요. 남성과 여성의 90%가 입을 수 있다고 해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여성 과학자가 참여하는 달 탐사 미션입니다. 우주복 사이즈가 다양해진 덕분에 여성 우주인도 몸에 맞는 우주복을 입고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이 밖에도 큰 변화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소재를 바꿔서 무게가 기존 우주복보다 25㎏ 정도 가벼워요. 헬멧에는 고화질 카메라와 헤드라이트를 장착했습니다. 등에 메는 가방에는 산소탱크 외에 별도의 생명 유지 장치가 담겨요. 이 장치는 우주인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줘 우주복을 입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시켜 주지요. 또 영하 210도까지 내려가는 달의 극지방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우주복과 장갑 · 부츠에 단열 소재를 덧대었답니다.
우주인은 기저귀를 차요
새로운 우주복은 우주인들이 편하게 활동하도록 바뀌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우주복을 입고 우주 공간에 나가면 8 ~ 9시간 정도 머물러요. 그러다 보면 소변이 마려운 경우가 있겠죠. 만약 지구였다면 바로 우주복을 벗고 화장실로 갔겠지만, 우주에서는 꽤 번거로운 일이에요.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우주복을 벗었다가 다시 입는 데 시간이 꽤 걸리죠. 그러니 우주복을 입은 상태에서 해결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도대체 우주복을 입는 데 얼마나 걸리기에 기저귀를 차는 걸까요? 만약 임무 중 우주복을 벗는다면, 다시 우주복을 입고 나갈 때까지 1시간 45분이 걸려요. 일단 우주복을 입는 데만 45분이 걸려요. 땀 흡수를 위한 내의 · 하의 · 상의 · 장갑 · 부츠 등 챙겨 입어야 할 게 많기 때문이죠. 이들 무게만 해도 100㎏이 넘는답니다. 또 통신 장비를 챙기고, 상의를 생명 유지 장치와 연결하는 과정도 필요해요.
우주복을 다 차려입어도 곧장 우주로 나갈 수 없어요. 우주복 안 기압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우주복 안의 기압은 지구의 3분의 1 수준이에요. 우리의 몸은 기압이 갑자기 바뀌면 이상이 생길 수 있어요.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기압을 점차 줄여나가며 몸을 변화하는 기압에 적응시키는 거예요.
그렇다면 임무 중에 배가 고플 땐 어떻게 할까요? 우주복 안에서는 식사도 할 수 있어요. 우주복 몸체와 헬멧 사이에 둔 음식과 물을 먹을 수 있지요. 심지어 음료는 손을 대지 않고 마실 수 있어요. 음료에 연결된 빨대가 헬멧을 따라 얼굴 가까이에 있어서, 목마를 때 '쪽!' 하고 빨기만 하면 된답니다.
액체질소로 달 먼지 제거하기
최근 제이컵 리치먼 미국 워싱턴주립대 교수팀이 우주복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달 표면에서 임무를 마친 뒤 우주선에 돌아왔을 때, 우주복에 붙은 달 먼지를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달 먼지는 우주인들에게 큰 골칫거리입니다. 우주복을 입은 채 우주에서 활동하면 달 먼지가 우주복 곳곳에 묻거든요. 문제는 달 먼지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정도로 작은데 표면이 뾰족한 편이라는 거예요. 우주인의 기관지로 들어오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요. 또 값비싼 측정 장비들을 망가뜨릴 수 있지요. 정전기가 심해서 우주복을 털어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달 먼지를 효과적으로 떼어내기 위해 영하 196도 극저온 상태의 액체질소를 스프레이처럼 분사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연구팀은 우주복과 같은 재질의 옷에 달 먼지와 구성이 비슷한 흙을 묻힌 뒤, 액체질소를 약 10초간 뿌렸어요. 그러자 우주복에 붙어 있던 먼지의 98%가 제거된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액체질소의 일부가 기체가 돼 우주복 표면을 훑으며 붙어 있던 먼지를 떨어뜨린 거예요.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75번 정도 계속 세척했는데, 달 먼지는 효과적으로 떼어내면서도 우주복이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고 전했답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 · 구성 =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2023년 4월 11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