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행

[<9> 지평리 '몽클라르 조형' 제막식]

드무2 2024. 2. 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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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지평리 '몽클라르 조형' 제막식]

 

 

 

‘몽클라르의 길’ 기념 조형물 제막식이 9일 경기 양평군 개군레포츠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오른쪽에서 넷째), 양평군 6 · 25 참전 용사, 프랑스 육군사관학교 생도 등이 참석했다. 남한강을 배경으로 액자에 담긴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조형물 가운데가 직사각형으로 뚫려 있다. / 이태경 기자

 

 

 

'몽클라르의 길' 에서··· 영웅에 경례 바친 佛사관생도들

 

 

 

지평리 승전 72주년을 기념하다

미국 · 프랑스 연합군 4500명

중공군 2만5000명에 맞서 승리

佛생도들 "그분은 진정한 군인"

 

내년 '지평리 전투' 학술 심포지엄

참전국들과 자료 · 연구 성과 공유

 

 

 

“사랑하는 아들아, 언젠가 내가 너를 떠나야 했던 이유를 물을 것이다. 한국의 길거리에는 너와 같은 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어린 소년들이 아주 많단다. 너와 같은 어린 소년들이 길에서, 물속에서, 진흙 속에서, 눈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여기에 왔단다.”

아직 글도 모르는 한 살배기 아들에게 이 같은 편지를 남기고 자진해 중장에서 중령으로 4계급 강등해 6 · 25 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군인이 있다.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 인해전술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랄프 몽클라르 (1892~1964)다. 그와 같은 잊힌 영웅의 헌신으로 한국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해 지금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9일 그를 기리는 조형물이 지평리 전투 승전 72년 만에 경기 양평군 개군레포츠공원에 세워졌다. 몽클라르 장군 이름을 딴 3421m 자전거길 ‘몽클라르의 길’ 초입이다. 6 · 25전쟁에 참전한 프랑스 군 3421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지평리 전투는 1951년 2월 13 ~ 15일 미군 23연대와 프랑스 대대 등 4500명이 중공군 3개 사단 2만5000명을 상대로 지평리를 지켜낸 싸움이다. 중공군 참전 이후 장진호 전투에서 패배하고 1 · 4 후퇴로 서울을 포기하며 열세에 놓였던 국군과 유엔 (UN)군이 처음으로 인해전술에 맞서 승리를 거둔 전투다. 몽클라르 장군과 미군은 이 전투에서 5배가 넘는 중공군의 포위 공격을 백병전까지 벌이며 버텨냈고, 결국 승리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전진선 양평군수, 권혁동 11기동사단장, 베르트랑 자도 주한프랑스대사관 수석참사관, 육사에서 파견교육을 받고 있는 프랑스 생시르 사관학교 (육사) 생도 6명, 6 · 25 참전용사 10명 등이 참석했다. 몽클라르 장군의 사관학교 후배인 앙투앙 (23) 생도는 “몽클라르 장군이 대대를 지휘하기 위해 중령으로 강등한 게 가장 감명깊었다” 며 “군인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헌신” 이라고 했다. 동료 생도인 자니 (24)는 “프랑스 육사에서는 명장들의 이름을 따 기수명을 붙이는데 몽클라르 장군은 10년 전에 쓰였다고 들었다” 며 “한불 공통의 역사를 추모하고 기리는 행사에 오게 돼 영광스럽다” 고 했다. 6 · 25 참전용사 이정 (90)씨는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 이역만리 외국에서 우리가 이렇게 잘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분들을 위해 늦게나마 행사를 하게 돼서 다행” 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자전거길에서 몽클라르의 길 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 이태경 기자

 

 

 

제막식에 앞서 국가보훈부가 후원하는 ‘동맹 로드 (길)’ 행사도 열렸다. ‘동맹 로드’는 정전 70주년을 대내외에 알리고 유엔 참전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참전국의 주요 전적지를 자전거로 달리는 행사다. 이날 행사는 양평 일대 118㎞를 자전거로 달리는 양평 ‘그란폰도’ 행사와 연계해 이뤄졌다. 이 코스에는 지평리 전투 전적지가 포함돼 있다. 전진선 군수는 이날 3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함께했던 유엔 참전국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고 했다.

동맹 로드 대장정은 지난달 1일 튀르키예군의 김량장리 전투지인 경기 용인, 지난 5월 영연방 4국이 사투를 벌였던 경기 가평에 이어 이날이 세 번째였다. 이날 행사는 양평군이 주최하고 국가보훈부가 후원했다.

양평군은 내년 지평리 전투 73년을 맞아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준비하고 있다. 지평리 전투에 참전했던 한국 · 프랑스 · 미국 · 중국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참전국의 인식을 교류하면서 ‘평화’의 의미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지평리 전투가 벌어졌던 2월 중순을 목표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평리 전투의 의미를 그동안 알려온 사단법인 ‘지평리를사랑하는모임’ 김성수 법무법인 아태 변호사는 “지평리 전투는 한 · 미 · 프 · 중 4국이 맞섰다는 점에서 문화 · 문명의 충돌이었다” 며 “한국에서는 지평리 전투와 관련해 남긴 자료가 많지 않은데, 심포지엄을 통해 이를 정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 했다.

 

 

양지호 기자

 

 

 

6 · 25 당시 프랑스군 사령부는 '지평막걸리' 양조장

 

 

 

몽클라르 집무실 등 남아있어

한국 · 프랑스 교류의 가교 역할

 

 

 

지평리 전투가 끝난 뒤 훈장을 받는 프랑스 병사들 뒤로 지평양조장 건물이 서 있다. / 양평군청

 

 

 

경기도 양평군의 특산품 ‘지평막걸리’도 지평리 전투와 인연을 맺고 있다. 경의중앙선 지평역 인근에 있는 지평양조장은 1951년 치열했던 지평리 전투의 역사적 현장이다. 지평리 전투가 벌어졌던 1951년 랄프 몽클라르 장군에 의해 프랑스 대대 임시 지휘소로 쓰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정문 앞에 있는 기념비에는 “1951년 3월 한국전 참전 유엔군 프랑스 육군의 전설적인 사령관, 몽클라르 장군께서 지평리 전투를 지휘하시는 동안 이곳을 사령부로 삼다” 고 적혀있다.

몽클라르 장군은 1951년 이곳을 사령부 삼아 프랑스군 600여 명을 이끌고 중공군과 3일간 전투를 벌여 승리했다. 이로 인해 당시 지평리 일대가 폐허가 됐는데, 유엔군 지휘소였던 지평양조장만이 유일하게 건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전투를 마치고 이곳에서 프랑스군이 훈장을 수여받는 장면도 사진으로 남아있다. 이강웅 양평군청 문화체육과 문화유산팀장 (학예연구사)은 “이 양조장 건물은 1939년 세워졌고, 지평양조장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부터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 했다.

지평양조장은 2014년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지평막걸리를 만드는 지평주조가 판매량이 늘며 따로 막걸리 제조 공장을 세우면서 이곳에서는 더 이상 막걸리를 만들지 않게 됐다. 양평군은 2018년부터 이곳을 건축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지평주조와 오는 10월부터 지평양조장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공간,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장 등으로 운영될 예정” 이라고 했다. 지평양조장 안엔 몽클라르 장군의 집무실이 남아있다.

최근엔 몽클라르 장군 계급 복원 행사나 프랑스 작가 전시회 등이 열리며 한불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11월엔 지평양조장에서 6 · 25전쟁 참전을 위해 장군에서 중령으로 자발적으로 계급을 강등했던 몽클라르 장군의 계급 복원 행사가 이뤄졌다. 이 행사엔 몽클라르 장군의 아들과 프랑스 참전 용사들이 참석했다. 지난 5월엔 프랑스 예술작가 초청 전시회가 열렸다. 전진선 군수는 “지평은 호국의 지역임과 동시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막걸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고 했다.

 

 

주희연 기자

 

 

 

프랑스 방송인 파비앙 "몽클라르 장군 이야기 佛관광객에 항상 해줘"

 

 

 

한국사 1급, 역사 해설가 활동

 

 

 

 

 

 

“대한민국에 사는 프랑스인으로서 몽클라르 장군을 존경하고 그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객원 해설가로 6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제 해설을 들으시는 프랑스인들에게 몽클라르 장군과 6 · 25에 참전한 프랑스군 이야기를 꼭 드리고 있죠.”

 

 

 

파비앙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해설하는 모습. / 파비앙 인스타그램

 

 

 

9일 경기 양평군에서 열린 ‘몽클라르의 길’ 제막식과 ‘동맹로드’ 행사에는 프랑스 방송인 파비앙 코르비노 (36)도 함께했다. 배우 출신으로 유튜브 구독자 40만명인 그는 ‘최윤’ 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는 친한파다. 그는 “지난해 보훈처와 함께 국외 보훈 사적지 탐방으로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는데 그때 인연으로 오늘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고 말했다. 이날 오전 ‘동맹로드’ 행사가 열린 경기 양평 물맑은종합운동장에서는 사람들이 수시로 그를 찾아 함께 사진을 찍자고 청했다. 그는 “몽클라르 장군은 남의 나라를 위해, 남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점이 대단하다” 고 했다.

대학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했고, 배우로 활동하다 한국에 정착했지만 원래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6 · 25와 몽클라르 장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와서 프랑스인들이 6 · 25전쟁에 이렇게 많이 참전했고 희생됐다는 걸 알게 됐다” 고 했다. 프랑스군은 지평리 전투 외에도 ‘단장의 능선 전투’ ‘화살머리고지 전투’ 등에 참전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프랑스군은 3421명을 파병했는데 전사자가 262명으로 전사자 비율 (7%)이 유엔군 중 가장 높았다고 한다.

 

 

 

방송인 파비앙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와대 권역 K-클라이밍 행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3.9.5 / 뉴스1

 

 

 

파비앙은 2018년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객원 한국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봉사 활동인데 코로나로 오시는 분들이 뜸하다가 요즘은 많이들 오셔서 기회가 될 때마다 해설로 나가고 있어요.” 파비앙은 여유가 있을 때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찾는다고 한다. 2020년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에서 1급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 토박이였던 그는 다섯 살 때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2009년부터 한국에 정착해 배우 · 모델 · 예능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생활 14년 만에 영주권을 받았다.

 

 

양지호 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10월 1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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