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일러스트 = 이철원 도착 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에 도착했어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 더 많았지만 아무것도 아니면 어때지는 것도 괜찮아지는 법을 알았잖아슬픈 것도 아름다워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하늘이 보내준 순간의 열매들아무렇게나 매달린 이파리들의 자유벌레 먹어땅에 나뒹구는 떫고 이지러진이대로눈물나게 좋아이름도 무엇도 없는 역여기 도착했어 ㅡ 문정희 (1947 ~) ‘역’ 은 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곳이지만 이 시에서는 그런 의미 이상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어떤 단계나 대목, 혹은 막다른 곳을 함께 뜻한다고 보아도 좋겠다. 아니면 지나온 일과 여정을 돌이켜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어떤 언덕 같은 곳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일이 잘 풀려서, 뜻밖에 행운도 좀 얻어..